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문인 익스프레스가 NS홈쇼핑 품으로 넘어가면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생과 청산의 기로에 선 홈플러스는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 이뤄지면 잔존사업부문 역시 객수와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면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메리츠는 대주주의 보증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어 회생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운명을 가를 회생계획 인가 시한은 7월 3일이다. 가장 큰 쟁점은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뒷받침할 자금 조달 방안과 대주주 책임 범위다.
문제는 시한이 다가오면서 MBK와 메리츠의 책임 공방이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과 정상화를 위해 최소 2000억원의 DIP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1만명 이상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납품업체, 소상공인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점도 호소하고 있다.
메리츠는 1000억원 규모의 DIP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경영 책임 문제를 제기하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위기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결과”라며 “MBK가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회생 성공을 자신한다면 메리츠가 요구하는 김 회장의 보증을 회피할 필요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MBK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대출 보증과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 천억원 규모의 자금과 신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가 담보권을 무기로 실익을 챙기기 위해 고의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는 자금 유입 가능성에 달려 있다. 다만 회사 측이 회생계획안에 적시한 필요 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원과 채권단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이날 홈플러스에 오는 30일까지 2000억원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한 내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을 앞두고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규모 고용 불안과 협력업체들의 연쇄 경영난 등 큰 후폭풍이 우려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76.7%에 달했다. 미정산 납품대금은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는 전원이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 사태가 수개월째 장기화하면서 예기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홈플러스 경영 위기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 만큼 마땅히 이들 기업의 생존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