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항구 및 연안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를 다시금 선언하자 국제유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국내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건 없건 개방돼 있다. 우리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해제했던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한다는 것.
이란과의 전쟁을 총괄·지휘한 미 중부사령부의 팀 호킨스 대변인은 미 뉴욕타임스에 “현재 군이 세부 사항과 조율을 진행 중이며, 미 군함들이 이날 늦게부터 이를 집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 상황이 종전 MOU 체결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해당 조치는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4시, 한국 기준으로는 15일 오전 5시에 재개 예정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며 “세계에서 매우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해 선적된 모든 화물의 20%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면서 안전을 보장하는 비용을 ‘통행료’ 성격으로 징수하겠다는 뜻이다.
이란 군 당국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를 비판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이맘 호메이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호르무즈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9% 이상 올랐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3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9.6%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8.1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4% 올랐다.
에너지 정보업체 겔버앤드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와 보복 공격,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급감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인 원유 공급 우려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향후 2개월은 충분한 규모의 원유를 확보한 상황이라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7∼8월 원유를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했다고 알린 데 이어 이날 9월 확보량도 전년 대비 76%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측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를 체결한 지난 6월 17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한국향 유조선 6척 중 3척이 이번주 국내에 도착하고, 나머지 3척은 다음주 중 도착한다”고 알렸다.
이처럼 당장은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각 국가간 원유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도입 여건이 악화할 수 있고, 원유 프리미엄 상승으로 정유사의 원가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전날 정유·해운업계 및 한국석유공사와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도 진행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