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올해 2분기 합산 순이익 6조920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13조1183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3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비은행 계열사’였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자본시장 활성화로 증권 자회사의 수탁수수료 및 자산관리(WM) 수익이 급증했고, 주요 보험·카드사 실적도 견조했다. 비은행 체질 개선을 이끈 각 그룹 수장들은 최대 실적에 발맞춰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KB vs 신한 ‘리딩금융’ 대전 속 사상 최대 실적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비은행 경쟁력을 앞세워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양 회장은 2분기 1조9922억원, 상반기 누적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5.0% 급증한 7963억 원을 기록하는 등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44%에 달했다. 은행 부문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자본시장 계열사가 실적 상승을 이끈 결과다. 또한 KB금융은 주당 1155원의 배당과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등 강한 주주환원 의지를 나타냈다.
진 회장 역시 2분기 1조8201억원, 상반기 3조4427억원을 기록해 분기·반기 모두 최대 실적을 올렸다. 증시 호황에 따른 수탁수수료 호조로 신한투자증권 순이익은 5777억원으로 123.1% 뛰면서 비은행 기여도는 35%로 상승했다. 은행 순이익도 2조4585억원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10월까지 7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며 밸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하나·NH농협, 포트폴리오 다각화…주주가치 제고도 적극적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비은행 체질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었다.
임 회장은 비은행 부문 확대를 통해 뚜렷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우리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1조46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하며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상반기 그룹 순이익 내 비은행 비중은 22.3%로 전년 동기(6.9%)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은행 실적 회복과 WM 부문 성장, 증권·자산운용 수수료 호조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20.0% 늘어난 1조63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면 비은행 이익 기반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함 회장은 수수료이익 다각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나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1조1928억원, 상반기 누적은 2조402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 순이익이 155.7% 증가한 2731억원을 올리며 수수료이익(1조4874억원)이 37.7% 급증한 점이 은행 부문 손익 변동을 완충했다. 함 회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2%와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한 ‘밸류업 2.0’을 제시하고, 3분기 중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찬우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 또한 증권 계열사의 괄목할 성장에 힘입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NH농협금융의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1조7791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 순이익(1조1629억원)이 2.1% 소폭 감소하는 등 은행 부문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나,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이 107.5% 급증한 9652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이번 5대 금융의 실적은 은행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계열사를 확충하고 자본시장 활성화 기회를 적극 활용한 수장들의 전략이 주효했음을 입증했다. 향후 각 지주가 하반기 건전성 관리를 병행하면서 강화된 주주환원책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