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강세장은 정말 지나간 것일까.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국내 증시가 미국 반도체주 삭풍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0.84% 빠진 6023.66에, 코스닥지수도 7.72% 밀린 705.8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급락장에 양 시장에서 모두 매도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시장의 투매를 막진 못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5.0%)를 비롯해 반도체주 마이크론(-2.3%), 샌디스크(-11.0%) 등이 동반 약세로 마감한 여파가 국내 증시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29일 2분기 실적 발표하는 SK하이닉스는 경계감이 작용한 탓인지 14% 넘게 내리꽂혔고, 30일 2분기 확정 실적과 함께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삼성전자도 13% 이상 폭락했다.
반등의 재료가 절실한 만큼 이번주 중후반 미국 빅테크의 실적 이벤트에선 호실적은 물론이거니와 가이던스 상향 여부에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30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1일에는 애플과 아마존이 성적표를 공개한다.
올 상반기 반도체 업종은 디램과 낸드 가격 급등, 실적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하이퍼스케일러 메타에서 시작된 AI 과잉 투자 논란 이후 한 달 가까이 가혹한 조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시장의 초점은 단기 실적을 넘어 장기 지속성에 맞춰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추가 상승을 위해선 더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메모리 업체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정점을 찍을 거란 관측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번 빅테크 실적시즌에선 투자 기조가 약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투톱에 대해 “실적 발표회를 통해 구체적인 장기공급계약(LTA) 진행 상황이 공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기에 메모리 업체 간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되면 실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