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지방 집 세금 깎아준다는데…실효성 있나

최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은퇴자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지방소멸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고령층의 이주를 세금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상당수 지역에서 응급·필수의료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은퇴 후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고령자가 지방으로 이주할 때 양도소득세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만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정부가 검토하는 특례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지방 주택을 취득하는 은퇴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수 산정에서 일정 기간 제외하거나 양도세·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구체적인 대상 연령과 지역, 거주 기간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수도권 집을 남겨둔 채 지방에 주택을 추가로 사는 경우까지 지원하면 사실상 다주택자 감세가 될 수 있어 요건 설계가 관건이다.

 

문제는 지방의 생활 기반이다. 전국 응급의료 취약지는 98개 시·군·구에 달한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전남과 경북, 강원, 전북은 각각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65세 이상이지만 대형병원과 전문의 접근성은 수도권보다 낮다. 은퇴 이후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과 세금보다 병원 접근성이 거주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중교통 상황이 열악한 데다 돌봄 인력까지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동차 운전이 어려워지는 순간 일상생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방 이전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세제 인센티브와 의료·교통·돌봄 인프라 확충이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지방 중개업소 관계자는 “응급실이나 분만·심뇌혈관 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 주택 세금만 깎아주는 방식으로는 주소 이전을 유도할 수 있어도 장기 정착을 끌어내기 어렵다”면서 “은퇴자를 지방으로 보내는 정책보다 은퇴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정책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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