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넓히려고?” “돈 벌려고?” 우리가 몰랐던 아파트 동 간격의 진실
창문을 열었는데 맞은편 집과 눈이 마주친다. 커튼을 열면 상대 집 TV가 보이고, 밤에는 불 켜진 거실이 그대로 들어온다. “요즘 아파트는 왜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에는 여러 해석이 떠돈다. “집을 더 넓게 만들려고 그런 거다.” “건설사가 한 채라도 더 팔려고 붙여 지은 거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절반만 맞다.
◆“집을 넓히려고 붙여 짓는다?”…사실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다. 동 간격을 줄인다고 우리 집 거실이 넓어지지는 않는다. 전용면적 84㎡는 동 간격이 넓든 좁든 그대로 84㎡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바로 단지 전체다.
같은 땅에서 건물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배치하면 전체 연면적을 확보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공급 가능한 세대도 늘어난다. 다시 말해 ‘한 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땅에 더 많은 집을 넣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결국 돈 때문인가
여기서부터는 “맞다”와 “아니다”가 함께 나온다.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중요하다.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는 계속 오르는데, 같은 땅에서 공급할 수 있는 세대가 많을수록 사업은 유리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도심의 한정된 땅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나 다양한 배치 방식을 허용해 왔다. 즉, 사업성과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법에는 맞는데 왜 이렇게 답답할까
“이렇게 가까워도 허가가 난다고?” 의외지만 가능하다. 공동주택은 건축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일조와 채광 등을 고려한 최소 동 간격만 확보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소’라는 단어다. 법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할 뿐, 얼마나 쾌적하게 살 수 있는지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법적으로 문제없는 아파트에서도 “답답하다”, “창문을 열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동이 가까우면 옆집 소리도 더 잘 들릴까
이 역시 절반만 맞다. 벽을 사이에 둔 옆집 소음은 동 간격보다 세대 사이 경계벽의 차음 성능과 시공 품질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반대로 맞은편 동과 거리가 가까우면 창문을 통해 사람 목소리나 TV 소리, 반려견 짖는 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시끄럽다’는 불편도 사실은 종류가 다른 셈이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불편해하는 건 따로 있었다
소음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은 사생활이다. 창문을 열면 맞은편 집과 시선이 마주치고, 커튼을 걷으면 생활 모습이 그대로 노출된다. 조망은 줄고, 개방감은 사라지고, 햇빛까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입주민들은 종종 “법에는 맞는다는데 살기에는 답답하다”고 말한다.
◆아파트가 촘촘해진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건설사가 욕심을 부려서’라고 단정하기도, ‘주택 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높은 토지 가격, 용적률 규제, 도심 주택 공급, 사업성, 도시계획…. 여러 조건이 겹친 결과가 지금의 아파트 풍경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예전보다 창밖 풍경은 가까워졌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더 좁아졌다. 아파트는 높아졌지만, 창문과 창문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건물 사이의 거리보다 ‘내 삶의 거리’가 줄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