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공급망 전략 공세로 전환…韓, 제조업 대체불가성 확대해야”

산업연구원 보고서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직원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인공지능(AI) 및 공급망 전략을 공세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K-제조의 대체불가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통 주력산업은 피지컬 AI 전략을 지탱할 무기로 활용하고, 통상 분야에선 K-제조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공급망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분석팀장은 2일 ‘미·중 경쟁 2.0, 중국의 AI·공급망 전략 변화와 우리의 대응: K-제조 대체불가성의 전략적 육성과 활용’ 보고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조 팀장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의 실효성이 약화하면서 중국의 독자적 생태계 구축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공급 차단은 중국의 국산화가 가속화했다”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시장인 중국이 무엇을 언제 살지 스스로 결정하는 수요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EUV 없이 시스템 설계로 우회하는 화웨이의 독자 아키텍처, 소재·부품·장비와 메모리의 국산화, 그리고 국산 칩·소프트웨어·AI 모델을 결합한 생태계 내재화로 반도체 자립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15차 5개년 규획(2026~2030)을 통해 전통산업의 AI적용과 고도화를 강조하면서, 전통 제조업을 공급망 안정과 산업안보를 지탱하는 전략자산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철강·석유화학·기계·섬유 전반에 업종별 AI모델이 생산 공정 단위로 이식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을 지렛대로 삼아 글로벌 가치사슬(GVC) 내에서 미국에 공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8% 이상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등 중국의 로봇 굴기 역시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러한 전략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 팀장은 “초정밀 반도체 공정,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 조업, 독보적인 조선 건조 등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암묵지와 데이터는 웹크롤링이나 시뮬레이션 합성만으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핵심 자산”이라면서 “이를 학습해 공정의 자율 운전을 구현하는 ‘한국형 제조 LLM’을 고성능 AI 메모리 등 우리의 기존 제조 강점과 수직 결합할 때, 글로벌 가치사슬을 주도할 ‘K-제조 아키텍처’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조 팀장은 “정부가 생태계의 설계자이자 최초 수요자가 돼 공공·산업 현장을 제조 LLM의 실증 무대로 개방하고, SW-HW 기업이 연합한 혁신 컨소시엄 구축을 통해 제조 LLM과 초크포인트 자산의 결합을 검증하는 체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팀장은 “세계적 수준의 공정 기술에서 파생되는 핵심 제조 데이터를 자산화해 신산업정책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며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전력망 확충이 유발할 초고부가 소재·부품의 신수요 체인을 선제적으로 선점함으로써 ‘K-소재·부품 산업의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우위 품목을 단순한 교역재로 취급하던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이 부품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AI 기술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는 통상 협력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 팀장은 제안했다. 그는 “기술·생산능력·표준·현장 데이터라는 개별 강점을 하나의 아키텍처로 결합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로 육성하는 K-제조 아키텍처의 자산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면서 “이렇게 육성된 대체불가 자산을 매개로 공급망 협력·시장 진출·표준 전략과 연계한 새로운 통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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