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불과 한 달 만에 125원 넘게 떨어지면서 1400원대 중반 이하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중 1560원선을 육박하며 시장을 공포에 빠뜨렸던 고환율 기조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원화 가치는 한 달 사이에 8.8%나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절상률을 기록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142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6월 말 종가인 1549.4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무려 125.4원이나 급락한 수치다. 이 같은 월간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극에 달했던 2009년 3월(150.5원 하락)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지난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8.81%를 나타내며, 역시 2009년 3월(10.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서도 원화의 강세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원화 강세의 배경에는 대규모 달러 수급 개선과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 따른 외화 자금이 유입된 데다, 그동안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를 보유했던 수출업체들이 대거 달러 매도 물량을 시장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한미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한국·미국·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미세조정(구두 및 실개입)까지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금융권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달러가 싸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의 달러 환전액은 전월 대비 74% 급증했고, 저가 매수세가 쏠리며 달러예금 잔액은 3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가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14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하반기 변동성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증시의 대형 기업공개(IPO) 추진과 미 연준의 금리 정책 향방에 따라 외환 시장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며 “3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하회할 수 있으나, 4분기에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외환 시장의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원자재 수입 단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 물가 부담은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으나, 수출 실적 단기 감소 우려도 공존한다. 금융당국은 환율 급변동에 따른 금융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또한 당분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외환 수급 동향을 철저히 점검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