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삼전닉스, 중국과 초격차 유지하려면…HBM 넘어 공급망·수율 경쟁

그래픽=김세찬∙강현주 기자
그래픽=김세찬∙강현주 기자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 생산 확대를 넘어 기술 고도화 단계로까지 접어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집적회로 생산량은 2798억개로 전년 동기보다 23.1% 늘었다. 2024년 출범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의 등록자본도 3440억위안에 달한다. 미국이 첨단 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은 국가 자본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설계·제조·장비·소재를 잇는 자립형 공급망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수출 규제는 중국의 첨단 공정 접근을 제한하는 동시에 국산 장비·소재 투자 압력을 높이는 변수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앞당기는 꼴이 됐다.

 

이에 맞선 삼전닉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첫 대응축은 HBM 세대 전환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FMS 2026에 참가해 차세대 3D 메모리 아키텍처인 zHBM과 zNAND-O의 실물모형을 5일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 추론을 위한 차세대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 표준을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발표하는 등 초격차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말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부상에 대응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기술 개발과 캐파 증설을 통해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특히 한국은 중국 대비 캐파가 상당히 약했는데 최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캐파를 빠르게 늘리기로 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예전 속도로 캐파를 늘려서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품 폴리폴리오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 전문연구위원은 “한국과 중국 간 반도체 산업 격차는 약 2∼3년, HBM은 그보다 더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반도체 시장은 첨단 제품과 범용 제품으로 양분화할 텐데, 이 시장에서 한국이 어느 포지션을 잡아야할지 잘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수출규제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중국의 생산기술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의미”라면서 “한국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줬다는 교훈을 반도체 산업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국과의 초격차는 더 이상 몇 나노 앞섰다는 숫자가 아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차세대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높은 수율로 제때 공급하며, 범용시장과 국내 생태계까지 지키는 종합전이 됐다”며 “결국 승부를 가를 것은 기술의 높이보다 개발 속도와 생산 안정성, 고객 신뢰를 합친 ‘시간의 격차’”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