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 핵심축인 재건축·재개발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금융지원과 대출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비사업 추가 이주비 대출에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테이블에 올려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공급대책에서 HF에 이주비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함이다.
이주비 대출은 기존 집을 허물고 새 주택을 짓는 동안 조합원에게 필요한 전월세 보증금이나 이사 비용 등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를 통해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재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금융기관이 조합의 보유 토지를 물적 담보(근저당권)로 잡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이주비 대출 보증이 제공돼야 가능하다. HUG의 공적 보증 투입으로 은행 위험 부담을 줄이고 대출 이자도 현 주담대 금리와 비슷한 연 4%대로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6·27 대출규제와 10·15대책으로 서울 등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고, 대출 한도액이 2억∼6억원으로 제한되는 등의 규제가 이주비 대출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HUG 보증에도 종전보다 대출액이 줄거나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해 이주가 중단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신용 공여로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아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지에 그치고 이자가 연 6∼8% 선으로 높아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들이 많아졌다. 지난 1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구역 43곳 중에서 39곳(91%)이 정부 대출규제로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주최한 부동산정책 대토론회에서도 이주비 대출 한도가 축소돼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주비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토론회에서 “강남권에서는 기본이주비에 추가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기본이주비 대출만으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정비사업 현장에서 시공사 신용공여로 사업자 대출을 지원해주지만 금리가 높아 조합원 금융 부담이 커진다”며 “이주비 대출규제만 완화해도 도시정비사업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HF에 정비사업 추가 이주비 대출 지원을 위한 보증 상품을 신설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이주비 대출 시 담보평가액도 건물 철거 전 종전 자산이 아닌 준공 후 종후 자산으로 변경해 대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 강북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는 종전자산 평가액이 낮아 이주비 한도가 매우 적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이주비 대출이 수도권인 경우 대출규제로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는데 서울 주요 지역에선 6억원으로 전세 구하기도 힘들다. 보증 규모와 대출 한도를 얼마만큼 높여주느냐가 관건이지만 주택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정비사업 병목 현상 해소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주택임대·매매사업자는 규제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이 0%로 묶여 있으며, 신축 시 예외적으로 30%까지만 허용된다. 신축을 위해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멸실 목적 구입’은 예외 조항조차 적용받지 못해 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신축 목적 주택 구입 시 LTV를 70%까지 확대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