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고, 마시고, 다시 잠근다’
랩노쉬, 한끼통살, 클룹 애사비로 유명한 유통기업 이그니스가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를 차세대 글로벌 캔 패키징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이를 로열티를 창출하는 기술(IP) 라이선스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한다.
이그니스는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 타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Xolution)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독일 연구개발(R&D) 통합센터 구축을 통한 생산 확대와 함께 글로벌 제관사와 음료 브랜드를 대상으로 기술 라이선스 사업을 추진해 연간 약 5000억개, 60조원 규모의 전 세계 캔 음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그니스는 현재 진행 중인 생산설비 확충을 기반으로 향후 3년 내 XO 사업에서 약 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글로벌 고객사 확대와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전 세계 캔 마개를 XO 리드로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포부다.
이그니스는 가정간편식(HMR), 음료 등 소비재 브랜드뿐 아니라 이지로지스(물류)와 엑솔루션(캔 리드 제조)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밸류체인 전 영역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은 2015년 1억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19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0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2년 인수한 엑솔루션이 이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엑솔루션은 ‘캔은 계속 진화하는데, 왜 캔 마개는 1975년 방식 그대로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캔 음료는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수요와 함께 빛과 산소 차단성, 물류 용이성 등이 더해져 인기가 늘고 있다. 이그니스에 따르면 음료 신제품의 10개 중 7개는 캔 제품으로 출시되며, 시장 규모는 매년 5%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개봉한 마개는 다시 닫을 수 없어 휴대성이 뒤처진다.
지금의 SOT(스테이 온 탭) 리드는 1975년에 나온 3세대 방식이다. 이전에 비해 개봉이 간편해졌지만 다시 닫을 수 없다는 점은 해결하지 못했다. 엑솔루션은 개폐형 캔 마개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캔 패키징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XO 리드가 적용된 이그니스의 클룹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XO 리드는 일반적인 알루미늄 캔 마개 위에 검은색 오프너가 장착된 형태다. 캔 겉면과 마개 위에 그려진 사용법에 따라 ‘OPEN’이라고 적힌 부분을 위로 들어올리면 강력하게 머금은 탄산이 5㎜ 너비 구멍으로 빠져나오며 개봉된다. 이 상태에서 글씨가 적히지 않은 검은색 오프너 부분을 뒤로 밀면 캔 입구가 나온다. 이 부분을 열고 닫아 개폐할 수 있다. 실제로 캔을 거꾸로 뒤집어도 음료가 새지 않았고, 반 나절 지나 다시 개봉했을 때도 탄산이 유지된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대형 기업들과 글로벌 브랜드들도 재밀봉 기술 개발에 도전했지만 양산화와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은 엑솔루션이 유일하다”며 “간단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기업도 최근에는 개발을 멈추고 엑솔루션과 XO 리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공급사로는 몬스터에너지가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을 확산해나가고 있다.
특히 오는 12일부터 유럽연합(EU)의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일반 적용에 들어가고,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으로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중장기 전략의 첫 실행 사례로 글로벌 음료 캔 제조사 아르다 메탈 패키징 유럽(이하 AMP 유럽)과의 파트너십도 공개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XO 리드는 AMP 유럽의 기존 공급망을 활용해 유럽 주요 음료 브랜드 고객사에 공급될 예정으로, 엑솔루션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그니스는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바이에른주 다하우에 생산 및 R&D 통합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통합센터는 올해 12월 완공돼 내년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기존 대비 6배 이상 확대된 XO 리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박 대표는 “공장 완공 후에는 원가가 40% 줄어들고, 2028년 초까지 공정을 내재화하면 SOT와 비슷한 원가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XO 리드의 표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