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는 미국 해군 함정 건조뿐 아니라 핵추진잠수함 공급망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한화디펜스USA는 11일 오스탈USA의 사업 법인과 운영자산을 인수하기 위한 예비적이고 구속력 없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오스탈 측도 한화디펜스USA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한화가 제시한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는 10억5000만~12억달러다. 한화로 약 1조5000억~1조7000억원 수준이다. 한화는 향후 실사를 거쳐 오스탈USA의 사업성과 재무 상태를 점검한 뒤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미 오스탈 지분을 19.9%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번에는 지분 투자를 넘어 미국 핵심 사업부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미국 조선·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스탈USA는 앨라배마주 모빌에 조선소를 두고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용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직원은 약 3500명이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는 선박 수리시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오스탈USA는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 산하 일렉트릭보트에 잠수함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모듈은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추진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사용된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인수하면 미국 핵잠수함 공급망과 직접 연결되는 생산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화가 미국의 주요 해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선업과 방산 공급망에서 한화의 입지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시장도 이번 인수 추진에 주목하고 있다. 오스탈USA는 오스탈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핵심 사업부다. 인수 제안 소식이 알려진 뒤 오스탈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다만 인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방산사업의 특성상 정부 승인과 안보 심사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실사 과정에서 오스탈USA의 수익성과 추가 투자 부담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화의 이번 인수 추진은 미국 내 조선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화는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생산시설 확대와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미국 정부가 발주한 함정 사업에도 잇따라 참여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주요 산업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도 한화에는 기회다. 미국은 상선뿐 아니라 군함과 잠수함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한화는 필리조선소의 상선·함정 생산 기반에 오스탈USA의 미 해군 함정과 핵잠수함 공급망을 더하게 된다. 한화의 미국 조선 전략이 단순한 선박 수주를 넘어 미국 현지 생산기지와 방산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