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김대한 기자] ‘김치 기원 논쟁’으로 한·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CJ가 수출한 비비고 만두 포장지에 ‘파오차이’라고 적힌 사진이 공개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식품안전국가표준에 따라 국내 업체들에게 김치를 모두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김치공정’에 동조할 수도, 수출을 포기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업계는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비고 포장지에 ‘파오차이’라는 표기가 적힌 사진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확인 결과, 중국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제품에 대해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자국의 식품안전국가표준(GB)제도를 들어 이 규격을 따르지 않는 제품의 현지 판매 및 사업 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GB는 현재 한국 김치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절임류 채소로 만든 식품을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파오차이’라는 표기를 택해야 하는 실정이다.
CJ제일제당은 김치를 사용한 간편식에 파오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유통 중인 파오차이 찌개(泡菜)와 한국식 파오차이 군만두(韓式泡菜煎)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간편식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비비고 김치를 판매하거나 수출하지는 않고 있다.
대상그룹의 ‘청정원’과 ‘종가집’은 중국에 수출 또는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판매한다. 패키지 전면에 파오차이와 함께 영어와 한글이름 김치(Kimchi)를 동반해 작게 표기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김치를 생산·판매 중이다. 중국 법인 ‘포미다식품’은 제품명에 자른 파오차이(切件泡菜)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액은 1억4451만 달러다. 업계는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응책이 부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상대로 기업이 홀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달 중 김치 표기와 관련한 기업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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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한국 식품제조 기업의 중국 수출용 김치만두 제품. 패키지에 '파오차이'라고 표기돼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