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T인력 불균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김형석 팀윙크 대표

김형석 팀윙크 대표

 

 국내 IT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이 가파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 ‘테크’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삼성, LG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까지 국내 IT기업을 상징하는 회사로 부상했다. 기술 기업의 범위는 이제 ‘네카라쿠배’에 당근마켓, 토스, 야놀자 등이 추가된 ‘네카라쿠배당토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기술을 기반으로 생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의 일상이 한층 편리해지고 이를 위한 IT인력에 대한 수요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IT 인력난은 심화됐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는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느끼는 인력 불균형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IT분야 인력 부족 규모는 1만4514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9453명) 대비 53.5% 증가한 수치다. IT 중심의 사업이 활성화되고 인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른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구직자들은 좋은 대학교를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하며 뛰어난 ‘스펙’을 만들었지만 원하는 기업에 취입이 불가하다고 불평한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시장에 공급되는 인재 간 미스매치 때문이다. 개개인의 역량이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스타트업일 수록 당장 실무 투입에 무리 없는 역량의 실무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데, 정작 시장에 진입한 우수 개발자는 대형 IT기업이 싹쓸이해간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네카라쿠배당토’를 시작으로 게임 업계, 커머스업계 등 성장 궤도에 진입한 모바일 서비스들의 개발 인력 전쟁도 치열해 졌다. 결국 개발자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사실 근로자 중심의 업무 환경과 사회적인 흐름이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개발자 유치 경쟁은 긍정적이나 비개발 직군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빅테크 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가중되는 등 장기적으로 인력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할 거란 염려도 있다.

 

 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쟁 자체가 문제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의 수요 대비 ‘우수한’ 개발 인력 공급의 부족이 원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IT 업계는 화면기획자의 기획서를 주어진 일정 내에 구현하는 것을 개발 역량으로 평가해 왔다. 개발직군이 3D 업종으로도 구분된 이유다. 하지만 이제 개발자는 문제해결의 핵심 역량이자 최고의 직업군이 됐다.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비전공자도 코딩 학원에 모여든다. 이러한 움직임이 그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가 한 단계 더 선진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발 중심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우선 국가 차원의 기술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먼저 논리적 문제 해결 중심의 코딩 교육, 주도적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개발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양극화 해소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현재 검토 중인 망분리 규제 완화 등 중소 핀테크 업체의 개발 환경 개선으로 더 많은 기술 인력이 유입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인력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정책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대통령선거 이후 출범하는 신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교육과 인력 육성 정책에 더욱 힘써주길 기대한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