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코인 <下> ] 제2루나·테라 방지하려면 "'고무줄'상장 기준 일원화해야"

규제 입법까지 상당시간 소요…상장·사후관리방침 동시추진
불공정거래 방지대책 마련때 활성화 전망…수요 증가 예상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한국산 가상화폐인 루나·테라의 몰락으로 침체기에 빠진 코인 시장이 힘겨운 고지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 2의 루나·테라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상자산 거래소마다 다른 상장 기준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사업 참여자 전반이 대중적인 정보를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6일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거래소 공동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적용할 수 있는 대안부터 모색하는 것이 필수다.

 

 강성후 연합회장은 “당장 가능한 대안부터 단계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5개 원화 거래소들이 마련하려는 ‘상장 후 관리방안’인 유의 종목 지정, 거래지원 중단, 입출금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용자들의 투자 결정에 핵심적 요인인 상장 가이드라인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 발행인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불공정거래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 코인)의 전형적인 투자위험과 테라의 고유한 투자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공시가 있었다면 극단적 낙관론이 루나·테라 거래시장을 지배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투자자의 신뢰만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위험성이 높아지며 구조적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의 순기능보다 외부 금융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차익거래형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루나·테라 사태를 계기로 코인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상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전체 코인 시장이 폭락했지만 상장 기준이 통일되고 불공정거래 방지 대책이 마련된다면 조만간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루나·테라 사태 이후 비트코인(BTC)은 3200만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2주 만에 3800만 원선을 회복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 스테이블코인 등 대부분이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단기성 기관투자자 자금(비트코인 래퍼 자금)은 매크로 리스크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해 그 여파는 제한적”이라며 “코인베이스 내 기관 자금 기여도와 벤처캐피털 펀딩 자금 조달의 증가세를 살펴보면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장기적 관심이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의 두 준 공동창업자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을 위한 새 애플리케이션의 출현과 금융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가상화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폭락 사태는 일시적이며 결국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비트코인의 지배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코인이 몰락하면서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나 가격이 급락하기 전 사흘 간(5월7~9일) 비트코인 평균 거래량은 273억 달러였지만 루나가 급락한 후 사흘간(5월 10~12일)은 594억 달러였다.

 

 반면 루나·테라 사태 여파가 장기전으로 갈 것이기에 코인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코인과 주식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감지된 가운데 주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인 만큼 코인도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비트코인 투자의 적기를 찾으려면 글로벌 증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루나·테라의 대폭락 이후 공포 심리가 팽배한 것도 우려할 사항이다. 최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나온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더 많은 가상화폐가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에 ‘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일각에선 코인에 대한 거품이 빠진 만큼 다시 부상할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웹3.0을 단순 유행에 그칠 테마주가 아니라 인프라로 바라보는 만큼 탈중앙화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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