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으론 한계…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절실

코로나19 거치며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
한계 직면…"조속한 법제화로 의료접근성 높여야"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된 지 한 달 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되며 충분한 편의성, 접근성 및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필요성 및 법 개정 움직임을 살펴보고, 비대면 진료에 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6월부터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비대면 진료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 및 의료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의 적용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 밖 진단·처방 가능”…코로나 거치며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

 

 비대면 진료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밖에 있는 환자에 대해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관찰, 진단 및 처방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상환자는 만성질환자 등 재진 환자, 섬‧벽지 거주자, 감염병 환자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 등이다. 대면 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의료접근성이 낮은 의료약자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기회를 넓히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위험을 피하고자 비대면 진료의 한시적 특례를 인정했다. 2020년 2월 23일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되면서 이튿날부터 전화상담 또는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엔 감염병예방법 개정을 거치며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에서 환자 및 의료인의 감염예방과 의료기관 보호를 위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공고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은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화 상담·처방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진료한 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팩스 또는 이메일 등으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는 걸 허용하고, 유선 및 서면으로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한 후 의약품을 조제 및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 5월 30일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작했지만…“법적 한계 뚜렷”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한 섬벽지 거주자·거동불편 노인‧장애인 등 의료약자에만 한정해 시작한 것이다.

 

 시범사업에선 재진의 경우 환자가 과거 진료받은 사실을 알리면 의료기관이 의무기록에 따라 환자가 해당 질환에 대해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 후 바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초진의 경우 환자가 대국민 안내자료 등에 고지된 ‘대상환자 확인방법’에 따라 비대면 진료 대상자임을 의료기관에 알리면 의료기관은 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화상으로 확인하고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후, 진료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재하면 된다. 의료기관에선 비대면 진료 시 초진, 재진 모두 이를 적용하면 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의료현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3개월 동안 계도기간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건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진 상황에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비대면 진료의 시행이 종료되고 비대면 진료가 전면 금지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다.

 

 하지만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의료법의 취지와 국회의 입법권을 고려해 현행 법령과 다른 내용의 시범사업은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개요. 보건복지부·뉴시스

 

◆“비대면 진료 조속한 법제화로 의료접근성 높여야”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 및 의료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의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일 시범사업이 시행된 이후 3주가 넘었지만 이미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3,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현재 이종성(국민의힘), 최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 6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종성 의원은 지난해 11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보통신기술 및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대면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최근 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에 따라 이러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효용이 확인돼 기존의 대면 진료를 보완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특히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료사각지대 환자와 같이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의 의료서비스 제공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지난 35년간 원격의료라는 이름으로 추진돼 왔지만 안전성,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우려로 우리 사회에서 제도화되지 못하다가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시작됐다”면서 “감염병 위기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의료체계에서 국민들이 상시적으로 안전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를 통한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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