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고자 민·관이 힘을 합쳐 총 23조원 규모의 수출특화 상품을 추가로 공급한다. 수출판로 개척, 해외 수주 지원 및 수출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5조원 넘는 규모로 자체 수출 우대상품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16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새로운 수출판로 개척 지원을 위해 민간과 공공분야에서 4조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책엔 미국, 유럽, 중국 등 우리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저성장 및 자국중심 공급망 재편 등으로 수출 기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수출다변화 기업엔 8000억원 규모로 특례보증 대출을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특례보증과 은행권의 금리인하를 통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출시장 확대에 필요한 운전자금 및 연구개발(R&D) 자금에 대해 중소기업엔 최대 10억원, 중견기업엔 최대 20억원의 보증한도를 부여키로 했다. 지원 대상은 인도·멕시코·인도네시아·호주·캐나다·UAE·우즈베키스탄·이스라엘·방글라데시 등 수출유망국에 진출하는 기업이다.
대기업과 동반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중소·중견기업 중 대기업 추천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진출에 필요한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신보와 기보는 기업당 최대 200억~300억원까지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은행은 0.5~1.5%포인트까지 대출금리를 깎아준다. 대기업 동반 해외진출 협력업체에 대한 특례보증 대출 규모는 1조원이다. 새로운 수출판로를 확보하는 기업엔 1조5000억원 규모로 온렌딩을 지원한다. 수출실적이 없더라도 신규 수출판로를 확보한 기업도 대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밖에 5000억원 규모로 공급망 대응펀드도 조성한다. 이 펀드는 150개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등 공급망 관리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중간재 대외의존도 완화를 위해 국내 소부장기업 등 지원하는 데 쓰인다. 주요국 무역규제에 대응한 수출국 현지진출 및 제3국 생산기지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은 조선업 수주 지원에도 힘을 보탠다. 지난 5월 국내 12개 은행은 상호 협의를 통해 향후 조선사에 대해 적시에 충분한 수준의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등 수출전략산업엔 18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공급된다. 초격차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에 5조원을 비롯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분야에 각각 2조원씩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1년 수출실적이 10만달러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특별지원에 나선다. 최대 1.0%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비롯해 총소요자금의 최대 90%까지 여신 한도를 책정해주기로 했다.
5대 은행은 5조원 넘는 수출기업 우대상품을 추가로 공급한다. 주로 신보나 기보 등 보증기관과 협력해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자체 수출 우대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많다. 우대상품 규모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조5000억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각각 8600억원, 8000억원, 6000억원씩이다. 은행들은 상품에 따라 대출금리를 최대 1.5%포인트까지, 보증료를 최대 0.8%포인트까지 우대할 계획이다. 수출기업들의 이자 및 보증료 절감 효과는 연간 약 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들은 지난해 말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안정에 기여했다”며 “이번 수출금융 지원은 의미 있는 사회적 기여일 뿐만 아니라, 은행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고객기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