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기준 국가채무가 한 달 전보다 더 늘어 1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나라살림 적자도 정부의 목표보다 10조원가량 상회했다.
또한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불황 국면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9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정부의 총수입은 35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조7000억원 줄었다. 국세 수입은 43조4000억원 감소한 217조6000억원이었다.
연간 목표 대비 세금이 얼마나 걷혔는지 알 수 있는 세수진도율은 56.5%로 지난해(64.7%)보다 8.2%포인트 낮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세금 규모는 400조5000억원인데, 7월까지 절반 수준만 걷혔다는 의미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와 법인세가 1년 전보다 각각 12조7000억원, 17조1000억원 줄어 국세 수입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48조5000억원)가 17조1000억원 덜 걷혔고 부가가치세(56조7000억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1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정부의 총지출은 39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조1000억원 감소했다. 예산은 코로나19 위기대응 사업 축소 등으로 13조2000억원 줄었고, 기금의 경우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종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조3000억원 감소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쓴 돈이 국민에게 걷은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히는 관리재정수지는 67조9000억 적자였다.
정부는 다음 주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방안이 담긴 세수 재추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으로 전체 수출도 11개월 넘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7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5억8000만 달러 흑자로 3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를 내 4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불황형 흑자는 경기 불황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해 수출입 결과가 흑자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 수치로 보면 수출입 결과가 흑자라고 해도 수출 감소를 동반한 흑자기 때문에 우리나라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동원 한은금융통계부장은 “7월 수출 회복세는 주춤했지만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불황형 흑자 전망에 선을 그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3분기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특히 수출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장기 침체 시나리오인 ‘L’자형(상저하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출의 성장 견인력 급락을 보완할 수 있는 소비의 경기 안전판 기능 확보, 기업투자 활성화 도모,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 안전망 정비와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