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두 달째 ‘경기 둔화 완화’ 판단…“반도체 등 수출 부진 완화세”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전경. 뉴시스

 

정부가 지난달에 이어 한국 경제 둔화 흐름이 완화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물가 상승세 둔화와 수출 부진 완화, 고용 개선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인데 이는 정부의 ‘상저하고’ 관측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국제유가 상승 및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은 있지만,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종전 ‘경기 둔화 지속’이란 표현을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완화’로 수정했다가 이달에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 유지와 수출 부진 완화, 소비심리·고용 개선을 경기 둔화가 완화된 근거로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7월(2.3%)에 비해 상승 폭이 확대됐다. 넉 달만의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한 51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감소 폭은 7월(16.4%)에 비해 줄었다. 정부는 특히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성능 D램(DDR5)을 중심으로 국제 수요 회복 및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반도체 수출 물량과 수출 금액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고부가가치 D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범용인 DDR4 D램의 가격도 같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침체했던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였다. 상품수지와 소득수지는 흑자가 유지됐지만, 서비스 수지는 여행수지 악화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서비스 수지 적자 지속 및 중간배당 등의 영향으로 8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10개월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경기 위축과 물가 상승이 함께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3개월 연속 흑자를 낸 무역수지도 내용은 썩 좋지 않다. 지난달 8억7000만 달러 흑자를 낸 까닭은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서가 아닌 수입이 22.8% 급감한 데 따른 결과라서다.

 

내수 회복세도 여전히 더디다. 7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3.2%, 전년동월보다 1.7%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해 기준점인 100 아래(99.6)로 하락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누적된 금리와 물가에 따른 제약 요인, 주요 기업들의 감산으로 인한 설비투자 감소 등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하반기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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