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 생산 회복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을 담은 10월 경제동향을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분쟁은 반영되지 못했다.
KDI는 “반도체 생산이 일부 회복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됐다”며 “제조업에서 생산 감소 폭이 많이 축소되고 평균가동률이 반등하는 등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 수출물량과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유가 상승 등의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제조업 기업 심리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8월 반도체 생산은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8.3%)로 전환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1.5%)의 감소에서 1.5%의 증가로 전환했다.
하지만 KDI는 고금리·고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 탓에 제조업 기업 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0월 제조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비제조업(77)보다 낮았다.
8월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이 감소세를 지속함에 따라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됐다.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4.8% 줄었고,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며 상품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 폭이 축소되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수출(-4.4%)은 반도체(-13.6%)를 비롯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완화됐다. 수입은 원유, 석유제품, 가스, 석탄 등 주요 에너지자원의 감소폭(-30.9%)이 축소되며 전월(-22.8%)보다 높은 -16.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번 분석에는 반영되지 못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감산 조치로 배럴당 90달러를 웃돌았지만 이달 80달러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져 하루 만에 5% 이상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KDI는 “세계 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으나, 통화 긴축과 중국의 경기둔화, 유가 상승 등 하방 위험도 상존하는 모습”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