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단가내려라!’ 요구…1심 15억 벌금형

서울중앙지법. 뉴시스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옛 현대중공업 시절 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를 강제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15억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5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범행으로 다수의 사업자가 경영난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등 정상이 매우 좋지 않다”며 “다만 조선업계 불황으로 인한 수출난에 따른 범행으로 악의를 가지고 저지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하도급업체와 한 간담회에서 2016년 상반기에 하도급 단가를 10% 인하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요에 따라 이듬해 1∼6월 총 48개 하도급업체는 하도급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같은 기간 이뤄진 발주에서 하도급대금이약 51억원 줄어들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4∼2018년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이 담긴 서면계약서를 지연 발급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한 뒤 사후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단가 인하 강요 부분에 대해 “당시 조선업 사정이 우리나라 전체의 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며 "다같이 서로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 하에서 하도급 업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강요해 인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면계약서 지연 교부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급박하게 이뤄지는 공사 현장에서의 상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이같은 혐의로 HD한국조선해양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 과정인 2019년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꿔 지주회사가 됐고, 구 법인과 같은 이름인 현대중공업을 새로 설립해 기존 사업을 이어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근거 규정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한국조선해양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