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검사 항소에도 무죄 선고...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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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인천지방법원 제5-1형사부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은 피해자들을 찾아가 현금을 받은 다음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인구직 플랫폼에 이력서를 올린 A씨는 법률사무소에서 외근직을 구한다는 일을 제안받았다. 수임료 등을 받아서 담당자에게 전달하면 급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수락한 A씨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2000만원을 건네받아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등 수 차례 수거책 역할을 해 2억 4000만원 상당의 범죄에 연루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당시 코로나로 인해 실제로 여러 회사들이 비대면 온라인 면접으로 채용하는 일이 상당수 있었던 점 ▲택시 이용내역, 카드 사용내역, 통화내역, 메시지 송수신내역 등의 자료를 삭제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신분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신원을 감추려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여 이를 공모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 및 사문서위조, 행사에 관한 고의가 있었음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이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시킨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한 현금 수거책이 사회통념상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업무를 한 경우에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겠다는 고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판례”라고 하면서, “다만, 과실과 고의는 한 끗 차이이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조차 없었다는 점에 대해 상세한 소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덧붙여서, “A씨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피고인들 중에도, 억울한 점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여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청의 형사사건전담팀 관계자는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에게는 억울한 사정도 있겠지만 범죄를 의심할 수 있었던 사정도 동시에 존재할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부각하여 무죄를 받아내는 것은 결국 얼마나 신빙성 있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느냐에 달려있으므로 억울한 점이 있다면 초기 단계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다투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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