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푸른 산호초와 코이의 법칙

 ‘푸른 산호초’가 열도를 강타했다. 한일 양국 주요 언론이 뉴진스의 공연 소식과 추억의 히트곡 역주행을 대서특필했다. 하니는 며칠 뒤 일본의 니혼TV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푸른 산호초가 다시 전파를 탔다. 그런데 반응이 뜨뜻 미지근하다. 왜 감동이 다를까. 도쿄돔 공연 영상을 돌려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무대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쿄돔의 상징성은 규모에서 나온다. 좌석 수 4만 2000개, 최대 5만 5000명까지 관객 수용이 가능한 초대형 공연장이다.  

 

사람이 모이면 공간에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일류다.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힘을 우리는 ‘감동’이라 부른다. 감동은 관객과 무대를 오가는 동안 무한대로 커진다. 눈사람 만들기와 비슷한 이 과정은 공간이 크고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어항 속에서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난다는 물고기 이야기, ‘코이의 법칙’은 K팝 공연에도 적용된다. 

 

K팝 아이돌은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공개방송 스튜디오에서 데뷔해 팬미팅, 대학축제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역량을 키운다. 이후 아레나급 공연장, 돔구장 투어를 거쳐 초대형 경기장 객석을 빈자리 없이 채우면 비로소 정상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다.

 

뉴진스 이전에도 카라·소녀시대·트와이스·블랙핑크 등 K팝 걸그룹은 도쿄돔 무대를 통해 티켓 파워와 무대 장악력을 인정 받았다. BTS는 더 큰 무대인 미국 뉴욕 시티필드 스타디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렇듯 K팝 아이돌 그룹은 10만 명 이상 관객을 일시에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국내에는 대형 공연장이 없다. 잠실주경기장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고 당분간 야구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KSPO DOME(구 체조경기장), 고척스카이돔은 1만 5000, 2만 2000여석 규모에 불과하다. 인천 영종도에 새로 들어선 인스파이어 아레나 역시 1만 5000석 남짓한 사이즈다. 

 

 BTS나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에서 손익 분기점을 맞추려면 4∼5만명이 들어가는 대형 공연장이 기본 조건이다. 아시아 투어 스케줄에서 우리나라는 배제되는 결정적 이유도 제대로 된 대형 공연장이 없다는 이유다.  

 

최근 들려온 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는 K팝의 미래 비전을 더욱 어둡게 한다. 최대 4만 명 수용 가능한 대규모 공연장 건설 계획이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국토부가 TF를 구성해 해법을 찾았지만, 인허가 주체인 경기도는  공무원 배임 이슈가 염려되어 TF 조정위 조정안을 수용 불가하다고 판단, 결국 사업계약해제로 결론 냈다. 

 

경기도의 결정으로 대중문화 전반에 오랜 기간 투자해온 CJ그룹의 경험자산이 갈 곳을 잃게 됐다. 2012년부터 K팝 글로벌 이벤트인 'K-콘'을 미국 LA와 뉴욕, 일본, 태국, 두바이, 프랑스, 멕시코,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개최했던 CJ의 노하우는 지자체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공공주도 개발을 통해 대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고양시는 서울과 가깝고 공항과 고속철, 고속도로를 통한 접근성이 우수해 대규모 공연장이 들어서기에는 최적의 입지다. 경기도가 포기했다면 중앙 정부가 다시 검토하고 정치권이 합심해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연장, 튼튼한 본진이 있어야 K팝도 더 발전할수 있을 것이다.  전경우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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