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재료비 떨어졌는데… 식당서 한 그릇 1만6000원 ‘훌쩍’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앞에서 방문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재 음식점의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6885원으로 지난해 대비 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어휴, 초복이라고 온 가족이 삼계탕 먹으러 나왔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네요. 찜통 더위에 집에서 해먹기도 힘들고, 복날인데 그렇다고 안먹기는 아쉽고. 어찌해야 할까요.”

 

 동작구에 사는 40대 이 모씨는 지난 주말 초복을 앞두고 온 가족이 삼계탕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백숙을 시켜도, 4명이 각각 삼계탕 하나씩 시켜도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 모씨는 “가족 외식하려면 기본 10만원 이상이라는 말을 체감했다”면서 “정부에서는 재료값이 떨어졌다고 하던데, 실상 식당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재 음식점의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68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423원)보다 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1만7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충북이 1만4857으로 가장 저렴했다.

 

 실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서울 용산지역 삼계탕 전문점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1만6000원대로 형성됐다. 여기에 죽염, 능이버섯, 황기, 전복 등이 붙으면 1만9000원에서 최대 2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냉면 역시 서울시 평균 1만1923원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1만1000원이 넘어서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평양냉면의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비싸다.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을 받는 곳까지 있다.

 

 이처럼 외식물가는 천정을 뚫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데, 재료비는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영계와 수삼·찹쌀·마늘·밤·대파·육수용 약재 등 삼계탕 재료 7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발표했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것으로 영계 네 마리와 수삼 네 뿌리, 찹쌀 네컵 등 삼계탕 4인분 요리 기준으로 3만2260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물가정보는 매년 초복 일주일 전 재료비 시세를 조사한다.

 

 이는 1인분 기준 8천원인 셈으로 지난해(3만4860원)에 대비 7.5%(2600원) 저렴하게 형성됐다.

 

 초복을 앞두고 공급을 늘리면서 영계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시장에서 구매 시 영계 네 마리(2㎏) 가격은 지난해 1만9200원에서 올해 1만6000원으로 16.7%(3200원)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체 육계 1㎏당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7.2% 내린 5988원이다. 

 

 한 삼계탕 전문점주는 이처럼 외식 물가와 재룟값 사이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것은 맞다. 재료비는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 야채값도 그렇고. 문제는 그 외 비용”이라며 “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건비는 물론 전기세, 가스요금 등이 모두 상승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계탕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찜통 더위와 폭우에 따라 물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외식물가나 재료비 모두 유동성이 클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재료비가 떨어졌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 등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이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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