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방산, 美 대선 결과 예의주시하는 이유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미국 대선 첫 번째 TV 토론회 생방송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천조국’ 미국 진출을 노리는 K-방산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방산 업체들은 글로벌 정세 불안 속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방산 기업들의 2024~2025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80~280% 수준이지만, 한국 방산 업계는 이보다 높은 140~460% 영업이익 증가세가 예상된다.

 

 올해 K-방산의 수출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약 27조6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30억 달러(약 4조1400억원)보다 약 7배 늘어난 수치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최근 5년간 독보적인 수출 증가율인 177%를 기록했다.

 

 고공행진 중인 K-방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도 노크하고 있다. LIG넥스원, 한화오션, 한국항공우주(KAI)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LIG넥스원의 유도 로켓 ‘비궁’은 15일 미국 국방성 주관 시험평가에서 최종 성능을 인정받았다. 한국산 유도무기 최초의 미국 수출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는 지난달 미 해군 함정 사업을 하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했다. 글로벌 선박과 방산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내 방산업계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 여부가 큰 변수로 꼽힌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위산업 영향 및 대응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시 ‘부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 방위산업 재건과 ‘바이-아메리칸(미국산 제품구매)’ 기조가 강화돼 한미 방산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과의 무기체계 공동개발, 방산공급망 진입 등 최근 추진 중인 방산 협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이 국내 방산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바 있다. NATO 회원국의 국방비 증액은 K-방산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동맹국의 방위예산을 늘리라고 강요할 것”이라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면서 지정학적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방위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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