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의 산업Talk]수출 좋고 美 지원까지…‘반도체’ 업황 좋으나 긴장감 여전

반도체 업황이 긍정적인 가운데 미국발 변수가 생길지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황이 긍정적이나 미국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긴장감이 함께 감돈다. 미국은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로 1위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348억 달러다. 인공지능(AI) 기반 스토리지서버 시장 성장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수출량이 증가한 덕이다. 지난해 200억 달러 대에 머물던 수출액은 올해 1분기 308억 달러를 넘기며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도 좋은 소식이 들린다. 최근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에 9억5000만 달러(1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자국 설비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칩스법을 시행하면서 보조금이나 정부 대출을 지원한다.

 

미국 상무부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첨단패키징 생산기지 투자와 관련해 최대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69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했다. 재무부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25%까지 세제혜택을 제공해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가로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확정했다.

 

하지만 기뻐하긴 이르다. 현재 미국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을 강화할 방침이며 11월에는 대선까지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 제조업체에 AI 메모리 칩 등 중요한 기술을 넘기지 않기 위해 제한 조치를 추진 중이며 이달 안으로 그 내용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이 조치에는 엔비디아와 AMD에서 제공하는 AI 가속기를 실행하기 위한 고성능 메모리인 HBM3와 HBM3E를 비롯해 HBM2 이상의 최첨단 AI 메모리 칩과 이를 만들기 위한 장비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메모리인 HBM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품목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또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이 옵션이 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FDPR은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어도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제품은 미국 정부가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같은 미국 설계 소프트웨어 및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기업에 HBM을 판매하는 것이 금지될 수 있다.

 

대선도 변수다. 칩스법의 운명이 여기에 달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등 관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계승할 방침이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다. 그는 최근 칩스법을 비판하며 재집권시 이 법안의 축소 혹은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원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원금을 미국 기업에 몰아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무기한 유예했지만, 이 역시 번복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우려의 시선이 생겼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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