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논현역 교보타워 인근에 있는 에이프로스퀘어(구 시선바로세움3차) 빌딩의 소유권 공방은 이미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가 시공사, 신용공여약정은행, 신탁사 등과 벌이는 소유권 다툼은 최초심과 재심에 이어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지며 이달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건물은 시선RDI가 시행하고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시공한 시선바로세움3차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1년 지어졌다. 하지만 시공 과정에서부터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시작됐고, 급기야 시행사가 소유권을 잃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소송전이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으로만 봐도 어언 14년이 다 되어 가는 이 건물의 스토리는 일대 부동산 시장은 물론 다수의 언론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건물의 소유권 다툼 이야기 속엔 유수의 대기업과 금융권은 물론 거물급 법조인들의 이름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시행사 측 최초 변호인으로 시공사(두산중공업)와의 소송을 맡았다가 1심 이후 돌연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박 전 특검은 시행사 측에 현금 50억과 건물 1층의 상가 1호실을 요구했던 것으로도 밝혀져 법조인들의 ‘50억 클럽’의 원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역시 대장동의 50억 클럽에서 등장하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도 이 사건 최초심을 최종 기각했던 사실이 드러나 법조인들의 카르텔을 의심케하는 정황들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나 이 건물의 소유권을 시행사 측으로부터 넘겨 받은 사모펀드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정강’이 50억원 상당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여러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때 정강은 직접 현금을 투자하지 않은 선 상계 방식으로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사실상 정강이 50억원 상당의 무자본 투자가 이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수상한 것은 정강의 당시 재무재표에는 해당 펀드에 50억원이 투자된 기록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건물의 ‘등기’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건물이 완공됐을 때 건축주가 하는 일종의 출생신고 개념의 소유권보존등기와 건물 주인이 바뀔 때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모두 오류가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보존등기, 즉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건물이 완공된 상태여야 한다. 층계가 명확히 나뉘어짐은 물론 각 층 내부 공사를 통해 사무실간 벽체와 바닥의 경계를 구분해야만 한다. 이를 구분한 상태 그대로 건축물 대장과 토지 대장에 등록하고, 보존등기를 신청해 동일한 내용이 기록돼야 하는데 이 건물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일단 건축물 대장·토지 대장 등과 보존등기의 층별 구분 내용이 같지 않다. 또 이 건물의 보존등기가 이뤄진 시점에는 내부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큰 쟁점이다. 다시 말해, 아직 벽체와 바닥 공사가 되지 않아 사무실 구분이 없는 통 층의 형태인 상태에서 사무실을 구분해 보존등기가 수리됐다는 것이다. 보존등기 관련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요 사항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들은 부동산등기법 제29조와 집합건물법 제1조에 근거한다.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도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다. 시행사 이후 소유권이 세 차례 이전됐는데 새로운 세 명의 주인은 모두 시행사 측과 소송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시공사) 측, 하나은행(신용공여약정은행), 우리은행(신용공여약정은행)이다. 재밌는 건 이들이 시세 3천억원을 웃도는 이 건물을 계약금 한 푼도 없이 주고받으며 소유권을 차례대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특히나 두산중공업은 당시 건물을 매입한 펀드의 투자사들과 이면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대출금을 책임보증한다는 등 수상한 물밑 계약을 한 사실도 드러나 여러 의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당시 엠플러스 펀드에 투자자는 군인공제회,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정강 등 3개 기관이다. 두산 측은 군인공제회와는 특정 기간에 군인공제회의 투자액을 액면가액 즉, 원가 그대로 되팔라는 계약을 체결했고 키스톤은 당시 150억원을 대출받아 이 펀드에 투자했는데 두산이 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섰다. 정강은 앞서의 언급처럼 선 상계 조건으로 4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산이 정강에게 현금을 받지 않고 47억원의 ‘채무’로 매매대금을 대신 처리해줬다는 것이다. 이들의 채무 관계가 실제 존재했었는지 여부도 주요 안건이다.
뿐만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 수리 과정에서 등기관이 원소유주(시행사)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두산 측의 이전등기 신청을 11번 각하했었고, 등기 수리 시각이 등기관 퇴근 시간 이후인 18시 43분이었던 점, 등기에 찍힌 도장 명판이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감정평가 내용 등을 포함한 다수의 정황들이 역시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의 현 소유주인 제이알 펀드의 운용사인 제이알자산운용사는 보통주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두 차례나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석연치 않은 정황들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무효의 소유권보존등기에 기초하여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하려고 당시 소유자인 시선RDI 명의를 집합건축물 대장과 토지대장에서 삭제하였는데, 어떻게 그런일이 발생하였는지 부동산 전문 칼럼을 쓰는 본인도 믿기 어려운데 국민들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 것 같다. 서초구청은 당시 단순 실수인지 의도적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사실로 밝혀져 충격이다.
오는 8월 29일 이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절차 및 손해배상 소송 선고가 예정돼 있다. 앞서 시행사는 관련 기관들과 다수의 정황을 가지고 소송을 벌여 다퉈왔지만 이번에는 ‘위법한 등기’가 중요 쟁점이다. 과거의 정황이 아닌 법률에 근거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이번 선고를 앞두고 “우리가 주장한 사실에 대해 상대방은 아무런 반박 주장도 못하였기에 제발 법대로만 해달라”며 억울하게 지낸 14년간의 울분을 토했다. 그는 “바로세움3차 건물은 이름 그대로 정직하고 바르게 세운 건물을 뜻한다”고 했다. 오는 선고 결과는 결코 한 시행사의 송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이 침해된 사건이므로 국가의 마땅한 사법정의 수호가 다시 대두되는 중요한 순간이 돼야 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전)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 부동산분과 위원장
(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문위원
부자들의 상가투자, 시크릿 출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