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띠고 있지만,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 중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점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올해 2분기 성장률(-0.2%)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3분기에도 내수 지표의 개선세가 더딘 점도 전망치를 내려잡은 이유로 분석된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성장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2일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면서 부문간 차별화는 지속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도 점차 회복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경기가 부진하다는 해석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성장률을 하향한 걸 두고 경기 부진이라고 판단하기엔 어렵다. 여전히 잠재성장률(2%)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2.3%) 이후 지난해 2월(2.4%), 5월(2.3%), 8월(2.2%), 11월(2.1%), 올해 5월(2.5%) 등으로 수정했다. 이번 한은의 전망치(2.4%)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보다 0.1%포인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6%보다는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물가 안정에는 확신을 더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2.6% 대비 0.1%포인트 낮은 2.5%로 제시했다. 근원물가는 2.2%로 유지했다. 한은은 “농산물가격 상승률 둔화 등 공급 측 상방압력 완화된 점을 고려한 전망”이라면서 “8월 이후 지난해 기저효과 등으로 당분간 2%대 초반 수준 등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3회 연속 동결 결정으로,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이뤄졌다.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통화정책을 둔 금통위원 간 이견도 있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후 현 기준금리 수준인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해 시행 예정인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여둔 채 거시경제,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수준을 결정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은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부동산 관련 정부대책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는 11월까지는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통화정책일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