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대책 대혼선] 갈팡질팡 정책, 가계 빚 더 키웠다

강화된 DSR 도입 미룬 탓에 '영끌' 수요 늘려
시장원리 무시한 금리 개입도 논란

 

가계부채의 고삐가 풀렸다. 가계대출과 기타대출의 합을 뜻하는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중 3조원가량 줄며 안정세에 접어드는가 싶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13조8000억원 급증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1900조원까지 불어났다. 시장에 ‘빚내서 집사라’는 시그널을 준 게 화근이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는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의 소비만 제약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크게 웃돌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우리 경제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를 상회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1주일 앞두고 돌연 제도 시행을 미룬 게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금리로 더해 대출한도를 계산토록 하는 게 특징으로 기존 DSR 보다 강력한 규제다. 하지만 규제 시행이 두 달 미뤄지자 잠재적 주담대 수요자 등 ‘막차 수요’가 몰렸다. 올해 2분기부터 매달 5조~6조원가량 주담대가 늘고 있는데 강화된 DSR 시행이 미뤄지며 이러한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늘자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은행권의 추가 가산금리를 허용하며 대출 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한 점도 엉성한 대책이다. 대출 금리가 뛰면서 실수요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만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은행의 막대한 이자이익이 예상된다며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주담대 대출 한도와 대출 만기를 줄이며 당국의 압박에 몸을 숙였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 영역을 향한 ‘팔비틀기’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정부와 당국이 일관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책의 신뢰가 시장에 떨어져선 어떠한 대책도 약발이 들 수 없기 때문이다. DSR 적용범위를 주택금융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경고를 귀 담아듣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가계대출 대책 대혼선’을 주제로 한 기획물을 통해 가계부채의 현 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바람직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조명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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