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만남] 정양희 교보라이프플래닛 마케팅담당 "금융상품 디지털 판매 종착지는 보험"

2일 서울 용산 교보라이플플래닛생명보험에서 마케팅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정양희 마케팅 담당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용학 기자

25년째 금융권에 몸담으면서 디지털로 안 팔아 본 금융상품이 없다. 디지털 생명보험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라이프플래닛)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정양희 마케팅담당은 본인이 디지털로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마지막 단계가 보험인 것 같다며 이걸 해내면 못할 것 없다는 긍지를 가지고 차별화된 보험의 가치와 서비스 경험을 펼치고 있다.

 

올 초 라이프플래닛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디지털 마케팅 담당을 마케팅 담당으로 개편했다. 하이브리드 채널 구현, 고객 경험 개선 등으로 보험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 잠재 고객 확보라는 마케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2일 서울 용산구 라이프플래닛 사옥에서 디지털 보험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고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채널에서 고객 응대 가능한 ‘옴니채널’ 구축 가속

 

빠른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금융시장에서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보험시장은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과 주체자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보험에 가입하는 통로를 보면 예전에는 부모님, 특히 어머니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인맥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현재도 그런 모습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보 습득이 빠르고, 인터넷이 익숙한 지금의 30·40세대들이 부모가 되면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추세다. 

 

정 담당은 “저희 주요 고객은 30~40대로 다른 보험사보다 확실히 젊은 층이 많다. 이분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분들이니까 회사가 추구하는 맥락과도 잘 맞다”며 최근 힘을 싣고 있는 프로젝트인 옴니채널에 대해 설명했다.

 

옴니채널은 고객 중심으로 모든 채널을 통합하고 연결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제공으로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판매를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프플래닛은 올 연말까지 ‘옴니채널 세일즈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옴니채널 세일즈 플랫폼은 그동안 합리적인 보험료와 보장내용에도 불구하고 구매 시점에 적절한 상담과 지원이 부족해 디지털 보험가입을 망설이던 고객에게 보험가입 시 카카오 채팅, 전화 및 화상 상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 담당은 “소비자들은 ‘내가 원하는 채널’에서 뭐든 상담받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는데, 모든 채널에서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이걸 서비스화시켜서 판매도 가능하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니즈와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옴니채널 마케팅도 전개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0.1% 수준…친숙도 높여 고객 접점 늘릴 것

 

정 담당은 시티은행, GE, JB금융지주, AIG, KPMG 등 국내외 유수의 금융회사를 거치며 마케팅, 디지털 파트너십 개발, 고객 경험 고도화 등의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11월 라이프플래닛에 합류한 그는 “금융시장 자체는 디지털라이제션(Digitalization)이 돼서 비대면 채널로 80~90%씩 팔 수 있는 시장이 됐지만, 보험은 사정이 다르다”고 짚었다.

 

디지털 보험사는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 등으로 판매해야 하는 규제가 있어 영업이 제한적이다.

 

라이프플래닛은 인터넷(CM)채널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있지만 생보사들의 전체 초회보험료(보험을 계약한 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CM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라이프플래닛은 올 초 125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라이프플래닛 리부트’라는 명제 아래 4대 중점 사업전략 방향도 수립했다. 4대 사업전략은 ▲높은 단계의 제휴강화 ▲상품의 전면적 혁신 ▲하이브리드 채널 구현 ▲인슈어테크 솔루션 사업 강화 등이다.  

 

이러한 사업 과제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적자에서 탈피해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라이프플래닛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대고객 활용을 구체화한 인슈어테크 솔루션 사업에도 한창이다. 이를 위해 최근 홍콩계 보험사 FWD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협력을 강화하는 등 생성형 AI 솔루션을 비대면 보험상품 판매에 활용하기 위한 협력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회사 내 최대 조직 이끄는 비결…인정과 칭찬이 바탕된 ‘셀프리더십’ 

 

정 담당은 회사 내에서 가장 큰 조직을 이끌고 있다. 회사 인원 140여 명 중 50명이 마케팅 부서에 속해 있으며 정 담당이 총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나뉜 각 파트를 마케팅이라는 부서 아래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위치다. 

 

라이프플래닛은 다른 보험사처럼 설계사 조직이 없다. 판매채널이 대면이 아니라 디지털이기 때문에 판매 자체가 마케팅 조직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판매를 주도하고 책임지고 있는 부서로 자연스레 이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힘과 노하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 담당은 “단순한 프로페셔널리즘만 가지고는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적 결합체가 조직인 만큼 현격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을 아우르는 인화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리더십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믿어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셀프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팀워크’로, 이를 음악 앙상블에 빗대어 표현했다. 

 

정 담당은 “팀원 모두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 속에서 성과가 도출되는 것이고 그 과정을 리드하면서 강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팀원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등 여러 종류의 악기가 모여 리듬과 템포를 조화롭게 이뤄 음악 앙상블이 완성되듯 조직의 성과 역시 팀워크라는 단단한 뿌리에서 파생된 각자의 역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폭발적인 시너지가 도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원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정 담당은 “리더는 팀원 PR(public relations)을 윗선에 잘해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언급하며 “실제로 팀원들이 인정욕구가 강한 편인데 인정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중요성이 달라진다. 라이프플래닛은 성장 단계에 있는 곳으로 올해 업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정 담당은 “생기를 불어넣는 마케팅부서에서 계속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강력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마케팅과 디지털 파트너십, 옴니채널, 서비스 고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목표 달성에 일조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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