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금감원장 “실수요자 세심히 관리”

-지난달 9.6조 증가해…2016년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
-금감원, 풍선효과 우려에 전 금융권 대출 관리 주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주요 은행이 대출 한도 축소 등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대출 혹한기’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적인 대출절벽 우려가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들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금융권에 세심한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 보험, 저축은행 등 전 업권에서 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어났다. 이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규제 시행 전 은행권에 이른바, ‘막차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가산금리 1.2%포인트를 적용한다.

 

 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 줄어든다. 소득 1억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감소한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6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공문을 영업점에 내려보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도 1억원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9일부터 1주택 이상 소유한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50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주담대 만기를 30년 이하로 줄였다.

 

 이러한 가계대출 조이기 움직임에 대출 실수요자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 대출을 분리해 세심히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본점에서 실수요자와 부동산 시장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계대출 관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주택시장 회복 시기에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차입을 동반한 주택 구매가 확산되고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의 심리적 불안도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보험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와 관련해 보험·상호금융 주담대 일일 모니터링 체계 등의 관리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대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 간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다”며 “은행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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