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최모(36)씨는 마트에서 시금치 가격을 보고 놀라 내려놓았다. 시금치 한 단에 1만7000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추석이 한 주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 장바구니 물가가 여전히 높은 것을 보고 최씨는 걱정이 앞섰다. 이번 추석에 양가 부모님 댁에 방문할 계획인데, 어머니들에게 용돈을 더 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로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과일값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안정됐지만 배추와 무는 지난해 추석 때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외식물가도 3년 전과 비교해 20% 상승한 것도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0%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2월(3.1%)부터 3월(3.1%)까지 3%대를 보였지만 4월 이후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수치상으로 물가 안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직접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뛰면서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 부담도 지난해보다 커졌다.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100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성수품 대부분 시세 자체는 내렸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금(金)사과’라고 불릴 만큼 가격이 뛴 사과는 올해 가격이 하락했다. 사과(홍로·상품) 중도매가격은 10㎏에 7만7980원으로 1년 전보다 4.2% 내렸지만, 평년보다 41.1% 비싸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값이다.
배추와 무 가격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크게 올랐다. 배추(상품) 중도매가격은 지난 5일 기준으로 10㎏에 2만7820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94.6% 비싸다. 이는 평년과 비교하면 64.5% 높다. 무(상품) 중도매가격은 20㎏에 2만880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58.6%, 51.0% 올랐다.
다만 정부가 추석을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성수품을 추가 공급하고 할인지원 품목을 대폭 확대해 물가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사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사들이고, 농할쿠폰을 적용했다. 정부는 이번 추석 농축산물 할인 지원인 농할쿠폰을 시행 중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전통시장과 농협, 로컬푸드 매장을 선정해 1주일에 1인 1만원 20% 한도 할인을 해준다. 이에 이마트는 사과(1㎏)를 지난해보다 25% 저렴한 9155원에, 배(3㎏)를 35% 저렴한 1만320원에 각각 판매 중이다.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을 추가로 공급하고 할인 지원 품목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추의 경우 정부 가용물량 공급을 최대한 늘리면서 농협과 산지유통인 등 민간 출하 물량도 늘리기 위해 출하장려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사과·배는 최근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공급 물량을 평시 대비 3배 이상 확대하고, 계란도 추석 기간 중 수요 증가에 대비해 농협 보유물량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외식비 상승은 소비자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떠오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7월 서울지역 냉면 1그릇 평균 가격은 1만1923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7월 9577원 대비 24.4% 올랐다.
다른 외식비도 큰 폭으로 올랐다. 7월 기준 서울 지역 김치찌개 백반과 김밥의 평균 가격은 8192원, 3462원인데 3년 전과 비교하면 18.33%, 26.76% 가격이 상승했다. 짜장면은 3년 전 5462원에서 7308원으로 33.8% 가격이 올랐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