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이선용 대표 “‘사이즈 실패 최소화’에서 시작한 ‘펄핏’, 패션계 3-Zeros 비전 달성할 것”

패션업계가 핏테크를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신발 사이즈 추천 솔루션 ‘펄핏(Perfitt)’도 마찬가지다. 이선용 펄핏 대표는 패션 산업에서 디지털 리테일 경험 혁신을 도와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은 이선용 펄핏 대표. 펄핏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성장하면서 이를 활용한 고객 편의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입고 신는 패션계에 적극 도입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기술이 핏테크다. 체형(Fit)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소비자의 체형을 파악해 알맞은 사이즈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이선용 대표가 이끄는 펄핏(Perfitt)도 이를 기반으로 한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신발 사이즈를 추천한다. 9일 세계비즈앤스포츠와 만난 이 대표는 핏테크를 주목하게 된 계기부터 앞으로의 목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이즈 실패 최소화’에서 시작

 

펄핏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스타트업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발을 촬영하면 AI 기술로 발 형태·길이·넓이 등을 측정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신발 브랜드와 내부 사이즈 데이터값과 결합·분석돼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신발 사이즈를 추천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왜 신발은 유독 온라인 주문이 어려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농구를 즐겨 해 농구화가 필요했는데, 그 당시 국내에는 여학생 농구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언니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농구화를 선물로 사다줬다”며 “온라인 메신저가 없던 시절이라 고민하며 신발 사이즈를 선택했는데, 늘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사이즈가 안 맞더라도 아까워서 신었는데 운동하고 나면 늘 물집이 잡히거나 발톱이 깨지는 일이 잦았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온라인 주문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이 대표는 사람의 직감이 아닌 데이터값으로 정확한 핏을 찾길 바랐다. 그러다가 AI 개념이 태동한 6~7년 전부터 이 기술이 해결책이 될 거라 확신했다. 

 

펄핏을 운영하기 전 열었던 구두 쇼핑몰 ‘슈가진’이 사업의 시초였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펄핏과 비슷한 기능이 있었다. ‘여성화 큐레이션 솔루션’이다. 회원가입을 할 때 발 사이즈 정보를 꼭 입력하게 하고 해당 사이즈를 바탕으로 고객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추천했다”며 “공동 창업자와 함께 동대문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여성화를 신어보고 ‘이건 크게 나왔네, 저건 작게 나왔네’ 하면서 수동으로 추천 엔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사이즈 데이터를 정리한 모델만 1000개가 넘었다.

 

이 대표는 “‘일일이 신어보고 느낀 착화를 데이터로 표현하면 AI 엔진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공동창업자와 함께 지금의 펄핏을 만들었다”며 “그땐 직원이 저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3명이서 신발 내측을 재는 기계를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 ‘펄핏에스(Perfitt S)’라고 지었다. 발을 측정하는 스캐너는 ‘펄핏알(Perfitt R)’이었고, 그 두 개를 가지고 ‘펄핏 AI’ 엔진을 만들었다”고 사업의 배경을 밝혔다.

펄핏이 고객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착화(AR) 기능을 예시로 구현한 모습. 펄핏 제공

◆기술 고도화로 도움되는 서비스 제공

 

리서치 전문 기업 마켓앤마켓의 ‘2030년까지 글로벌 AI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3년 1502억달러에서 2030년 1조3452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 펄핏도 지속 성장 중이다.

 

펄핏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펄핏사이즈 B2B(기업간거래)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모델을 론칭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솔루션 매출이 120% 향상했다. 펄핏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가 촬영한 발측정 건수는 200만건이 넘는다. 현재 ABC Mart, 프로-스펙스, 코오롱몰,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코리아, 네파 등 국내외 브랜드 11개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20개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용자의 사이즈 추천 만족도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사업 초기 때 자체 앱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60만명의 앱 유저 중 96.2%가 ‘만족’을 평가했다”며 “지금은 B2B SaaS 모델에 집중하고 있고, 고객사로부터 ‘구매전환, 반품률 감소에 도움이 됐다’, ‘사이즈로 인한 문의가 줄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보다 편하고 도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사업 초기를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그때는 하드웨어 기기로 직접 발 사이즈를 측정했다. 하지만 범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후 모바일로 발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모바일로 발을 측정할 때는 기준 사이즈를 잡아 줄 물건을 설정해야 했다. 물체를 정확히 디텍팅(detecting) 하는 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아 우리가 직접 종이를 제단하고 그 위에 디텍팅 하기 용이한 도형을 그려 기준이 되는 물체를 만들었다. 그게 ‘펄핏키트(PerifttKit)’다. 발을 올려놓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발 사이즈가 스캔 돼 나오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역시 범용성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해 A4 용지로 측정했고, 지금은 하드웨어부터 모아온 발 데이터를 통해 페이퍼리스(Paperless)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증강현실(AR) 가상 피팅 솔루션 기업 딥픽셀과 협업해 AR 가상착화 기능도 출시했다. 가상착화 기능은 AR을 활용해 소비자가 실제로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도 미리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을 인식한 뒤 3D 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신발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핏이 나왔다면 소비자들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비주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증강현실을 이용한 VTO(Virtual-Try-On)였다. 딥픽셀의 기술력이 충분히 좋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용 대표가 펄핏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펄핏 제공

◆“패션 산업에 3-Zeros 비전 달성할 것”

 

이 대표는 펄핏이 속해있는 핏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핏테크는 다양한 신체 사이즈와 상품 사이즈 정보를 매칭해 소비자에겐 개인화된 쇼핑 서비스를, 기업에게는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 개선,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커머스는 태생이 숫자와 함께한 산업이기 때문에 업계의 미래도 데이터와 AI에 있다. 앞으로 데이터 사업자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흐름에 맞춰 펄핏은 앞으로 패션 산업에서 디지털 리테일 경험 혁신을 도와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AR 가상 피팅, 사이즈 타겟팅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 솔루션, 옴니 채널 고객 경험 솔루션 등으로 솔루션을 확장해 B2B 고객사가 소비자 중심의 경험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방침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패션업계에서 3-Zeros(0% 반품률·0% 재고 손실율·0% 초과 생산량) 비전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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