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브랜드의 침몰] 항공기 제조사 맏형 보잉, ‘위태로운 비행’

미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의 보잉사 건물 외벽에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공기 제조업계 강자로 통하던 보잉이 사상 최대 경영난과 함께 각종 사고와 우주사업 결함 등 연달아 굴욕을 맛보면서 위기에 처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2분기 14억4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경영난에 빠졌다. 경영 위기뿐이 아니다. 사고도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보잉은 2018과 2019년 대형 사고를 겪은 바 있는데 올해 초에도 대형 안전사고로 ‘사고 전문’이란 딱지가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737맥스 9 여객기의 동체 일부가 비행 중 공중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일 보잉사 측은 자사 노동조합과 협상 과정에서 임금을 4년간 무려 25% 인상한다는 협상안을 잠정 타결했다. 노조 파업 시 월 38대의 737 맥스 기종 공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급한 불부터 끄기로 한 것이라는 사용자 측의 해명이 나왔으나 최근 경영난으로 인한 재무압박을 받는 보잉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래 먹거리인 우주 개발 사업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나사(NASA)가 지구 저궤도 유인 운송을 민간 기업에 맡기면서 보잉이 나섰다. 그러나 보잉의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에 기술적 결함이 나타났다. 스타라이너는 지난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비행의 임무를 안고 유인 우주비행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 이후 헬륨 누출 및 기동 추진기 결함이 발생하면서 스타라이너를 타고 귀환하려던 우주인 2명은 경쟁사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캡슐 크루 드래곤으로 내년 2월 복귀하게 됐다. 이는 보잉의 우주기술 한계를 드러내고 스페이스X만 홍보해 준 셈이 됐다.

 

이처럼 사고가 이어지고 회사 재무 상황도 나빠지면서 올 초 251.76달러로 시작한 보잉 주가는 지난 9일(현지시간) 162.91달러를 기록했다. 자칫 항공업계에서 주류 브랜드가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제조업체 맏형 보잉이 기체 안전사고에 이어 우주사업까지 체면을 제대로 구기면서 여타 항공업계에서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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