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의 그림자... ‘죽음의 일터’ 오명 못 벗는 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옥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최근 국내 조선업은 오랜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와 다시 호황기를 맞이했다.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 대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신조선가 지수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현재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올 상반기 수주 잔고만 20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조선업 호황의 이면에는 빈번한 노동자 사망사고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11일 경남 통영해양경찰서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0시57분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옥포조선소) 내 플로팅 도크에서 작업 중이던 A씨가 건조 중인 선박 상부 약 30m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당시 선박 건조공정 관련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 조선소에서만 발생한 다섯 번째 노동자 사망사고다. 앞서 3명이 중대재해로, 온열질환의심과 원인불명 익사로 사망했다.

 

 올 초 한화오션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돼 1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납부했는데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한화오션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퇴근하려던 하청업체를 붙잡고 작업을 지시했고, 하청업체 소장은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한화오션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직접 지시해 작업을 강행했다. 또 32m 위 공간에는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그물망만 설치되어 있었고, 고인은 그 사이로 빠져 추락했다. 법률에 따른 안전난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불법적 설치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한화오션 측에 ▲중대재해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구속수사 ▲전체 조선소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긴급 점검 및 원·하청 통합안전관리시스템 구축 ▲하청노조 안전관리활동 참가 보장 ▲다단계 하청 고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조선소에선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남 거제 초석HD(3명)와 고성 금강중공업(2명), 그리고 부산 대선조선(2명)에서는 복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노동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 10건의 사고로 1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노동계는 사망사고가 일감이 밀려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야 하는 조선소 근무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조선사들은 선박 인도가 지연될 경우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납기에 쫓겨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외주업체 하청노동자와 비숙련공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많은 숙련 노동자가 업계를 떠났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았지만 떠난 인력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숙련공들이 떠난 자리는 저숙련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보니 사고 위험이 크다. 조선업 특유의 다단계 하청 구조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