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친환경 전동화 위기와 위기의식이 미래를 바꾼다

 국가와 산업 발전을 위한 혁신의 기본 조건은 위기를 맞아 위기의식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1853년 미국 해군의 페리 제독이 4척의 군함이 포함된 함대를 이끌고 일본 우라가 항 앞바다에 나타났다. 당시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은 미국 군함인 ‘흑선(쿠로후네)’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두려운 존재였다. 실제 페리 제독은 통상 요구와 함께 함포를 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1년여의 유예 기간 끝에 페리 제독은 무려 7척의 군함을 이끌고 또다시 일본에 등장했다. 결국 막부는 미국과의 통상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자칫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근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특히 외부 충격에 의한 위기와 위기의식을 갖고 이를 극복하고자 기존 체제를 모두 바꾼 결단과 실천력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여담이지만 미국은 일본을 개항시킨 후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간 남북전쟁으로 외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서 일본이 혁신에 나설 시간 여유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일본은 전면적인 쇄신과 함께 기존 막부체제를 타파하고 근대화를 위한 혁신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면서 부국강병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페리 제독의 흑선 함대가 나타났다. 바로 ‘친환경 전동화’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내연기관과 화석에너지를 퇴출하고 자율주행과 함께 인공지능(AI)까지 가미한 전자제품으로서의 자동차로 바뀌는 추세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국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이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의 폭스바겐이 현지 공장 2곳에 이어 중국 합작공장마저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이다. 폭스바겐이 본거지에서 공장 문을 닫는 건 193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 폭스바겐 경영진은 30년째 유지해온 고용안정협약도 종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럴 경우 일자리 2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의 중국 거점도 위험해졌다. 폭스바겐과 현지업체 상하이자동차(SAIC)가 1985년 설립한 합작사가 내년 장쑤성 난징에 있는 공장 한곳의 운영 중단을 예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폭스바겐은 사실상 ‘친환경 전동화’에서 처절히 실패하고 있다. 유럽 등 본거지에서조차 중국 전기차에 밀리면서 독일 정부에 전기차 보조금 부활을 간청할 정도다. 중국에서는 현지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에 ‘친환경 전동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위기다. 폭스바겐처럼 거대한 제조사도 경쟁에 밀려 도태될 위기에 빠질 정도니 위기의식을 갖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가 똘똘 뭉쳐야 한다. 중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자국 자동차 산업이 기존 내연기관에서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전기차 전환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현재 중국 전기차의 수준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부터 테슬라 중국산 전기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친환경 전동화’와 중국산 전기차의 파상 공세란 위기에 우리 정부와 기업도 위기의식을 갖고 더욱 전략적인 움직임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은 남북전쟁이 일본에 혁신의 시간 여유를 준 것처럼 우리 자동차 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전기차 전환과 혁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준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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