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을 믿지 마세요

 

‘미쉐린 가이드’의 역사는 올해로 124주년이다. 프랑스 타이어회사인 미쉐린에서 1900년 차량 정비를 비롯해 허기를 떼우기 좋은 식당 등 여행하는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담아 제작한 책자가 모태다. 하지만 현재는 미식가의 지침서로 불릴 정도로 매해 유명 레스토랑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식당 측 역시 명성을 얻기 위해 미쉐린 가이드 목록에 올라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즐비한 식당들 사이에서 엄선된 맛집을 고를 수 있어 여행지에서 더욱 유용하다. 미식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여행자에겐 한 끼 한 끼가 중요하다. 따라서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맛집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단체여행의 경우 ‘여긴 미쉐린에 나온 맛집이야’ 한 마디면 통솔하기도 쉬워진다. 이처럼 흔히 미쉐린가이드의 미쉐린 스티커가 붙은 집은 소위 검증된 맛집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별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미쉐린 별점을 얻었던 유명 레스토랑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미쉐린 스티커가 초기에는 유명세를 가져다주지만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런던대 경영학과 대니얼 샌즈 교수가 미국 뉴욕에서 2000∼2014년 사이 개업한 식당을 조사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미슐랭 스타’를 받은 10곳 중 4곳(40%)이 폐업한 것이다.

 

유명세를 등에 업고 더욱 인기를 유지할 만도 한데 폐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방문객들의 기대치가 치솟고 외지인까지 몰려들면서 다양한 입맛을 모두 만족하게 해줄 ‘맛의 영점’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다. 더구나 방문객 급증으로 식재료 비용이 증가하고 과부하가 걸린 요리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 역시 경영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방문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손님이 몰린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수익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유명세가 독이 된 경우는 더 있다. 명성을 얻고자 주로 예능 방송 출연에 나서면서 업장을 비우는 요리사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식당들을 가보면 방송 출연 요리사는 업장에서 보기 힘들뿐더러 음식 맛도 기대 이하다. 리더가 부재한 식당이 서비스가 좋을 리도 없고 단골손님마저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방송으로 명성을 얻은 요리사는 예능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 업장이 폐업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방송인인지 요리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유명세는 한순간의 기교로 얻어질 수 있는 반면 오랜 맛집들을 보면 꼼수 없이 초지일관 운영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매스컴의 조명을 거부하는 집도 있다.

 

요즘엔 방송에 나오거나 맛집 스티커가 붙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힘들다. 정보 폭주의 시대에 살면서 휴대폰 검색은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한 번쯤은 동네에서 묵묵히 오랜 시간 영업을 해온 가게나 국도변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가게를 믿고 들어가 보자. 자신이 매긴 별점이 가장 정확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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