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이우식 전 NH금융연구소장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 세계 평균 온도가 1850년부터 1900년까지의 기간 대비 1.09℃ 상승했고, 2040년 이내에 1.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온실가스 경로인 ‘공통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 하에서도 2040년 이내에 1.5℃를 넘어선다는 심각한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최상의 시나리오(SSP1-1.9)에서도 1.5℃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 하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안하면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사회, 실물경제, 금융권 모두 큰 물리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는 건 자명하다. 그렇지만 탄소중립 달성에만 경도되면 물리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으나, 오히려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이행 리스크 확대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탄소중립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은행의 경우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후 리스크의 수준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서 정확도와 수용성이라는 장애에 맞닥뜨리게 된다. 기후 리스크 관련 연구 대부분이 50년 또는 100년 동안의 여러 요인을 활용한 시나리오 분석인데, 기후 변화는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아무리 고도화된 연구라 할지라도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이 빠르게 구축되더라도 레거시 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상 그 결과를 반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글로벌 은행들은 어떻게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일까.

 

  네덜란드의 라보뱅크(Rabobank)는 홍수 리스크에 집중해 물리적 리스크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이는 홍수에 취약한 네덜란드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내부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별 네 자릿수 우편번호에 기초한 익명의 대출데이터를 생성해 홍수 리스크를 측정한다. 홍수 리스크 측정은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홍수를 주기로 하여 대출 기간은 20년을 적용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 중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기후 리스크를 환경 리스크, 물리적 리스크, 탄소 리스크로 세분해 관리한다. 환경 리스크는 개인 대출이나 기업 및 기관투자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한다고 규정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측정하고 평가한다. 물리적 리스크 관리는 기상 이변으로 잦아진 폭풍우, 홍수, 산불 등이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 빈도의 증가와 대출 담보물인 부동산의 가치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담보인정비율과 최소자본요건의 변화를 파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탄소 리스크 관리는 탄소 배출 업종에 대한 공급 사슬을 세분화하고, 자신들이 표방하는 녹색금융 전략과 매칭해 리스크를 통제한다.  

 

 앞선 사례처럼 기후 리스크 관리는 기후 변화에 따른 은행의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관리하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 집약도를 파악하고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며 이를 점진적으로 고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은행의 기후 리스크 관리는 관련 규제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탄소 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별 익스포져의 취약성을 파악해 관리하고,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위기 상황 분석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우식 전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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