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시장 예상(25bp)과 달리 빅컷(50bp)을 단행하면서 노동 시장 하방위험을 강조했다. 나아가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은 7월 고용지표를 미리 알았더라면 7월 인하에 나섰을 것이라 언급하며 이번 50bp인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임을 강조했다. 연준이 위기 임박 또는 경기침체가 아닌 경우 50bp인하 단행은 1993년 이후 최초의 케이스이다. 점도표상 올해 말 정책금리 전망 중간값은 기존 대비 70bp 하향된 4.4%로 발표됐으며 내년과 2026년도에는 각각 70bp, 20bp 하향돼 인하 사이클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반면 시중금리는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에도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이번 빅컷과 함께 추가 인하 기대로 단기 금리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장기간 지속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해소와 함께 수익 곡선 정상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빅컷 단행 이전인 지난 5월 이후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중앙은행(BOC), 영국 중앙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상황을 고려해 연준에 앞서 선제적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국내는 내수 부진을 고려한 금리인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가계부채 급등과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등 금융안정 이슈 부각으로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상관없이 잘 버텨주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시장은 답답한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글로벌 경기를 지탱하던 미국 경기가 꺾이게 되면 한국 증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서비스업이 지금은 단단해 보이지만,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등을 보면 미국 소규모 제조업 분야 등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 때문에 고용이 흔들리면 서비스업 등 사회가 돌아가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있다. 어느 정부든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 왔다. 그간에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펼치며 경기를 끌어왔으나, 누가 대통령에 당선하든 내년 초에는 재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혹시나 다가올지 모르는 경기침체에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연준은 경기침체가 오지 않으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연준이 한 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한두 번 내리면 실업률이 치솟았었다. 금리라는 것은 결국 경기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것이다. 장기적으로 불황의 끝에 주식을 매수하고 싶다면 가장 매력적인 전략은 금리 사이클이 하락을 멈출 때 사는 것인데, 막상 이때에는 주식을 사지 않는다.
당분간 우리는 금리의 하락 속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2번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한 번 더 빅컷이 나오면 이상을 감지해야 한다. 또한 실업률이 4.5%에 다가서면 이 역시 좋지 않은 시그널이 될 것이다. 올해 4분기 시장은 여러 정치적 이슈 등으로 폭락하지 않겠지만, 내년 1분기에는 큰 조정이 다가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은 겨울에 대비한 포트폴리오의 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최영미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