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각종 자동차 관련 사고가 촉발한 법안들이 22대 정기국회의 문턱을 속속 넘거나 발의되면서 자동차 및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음주 운전 사고 후 술을 더 마셔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시도 시 무조건 처벌하도록 한 ‘김호중 방지법’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이다. 또한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시청역 돌진사고 등 급발진을 주장한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급발진사고 방지법’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규명 법안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역시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김호중 방지법은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통해 음주 측정 전에 술을 추가로 마시는 등 음주 여부 판단을 방해하려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세부내용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한 후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등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음주 측정 거부자와 동일한 처벌 수위인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김호중은 지난 5월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시키고, 본인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마시는 술타기 수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야기한 혐의도 받았다. 이런 김호중에 대해 법원은 지난 13일 치러진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자동차급발진사고 방지법 역시 주목된다. 앞으로 급발진 관련 사고에 대해 보다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페달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를 추가하면 보험료 할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 전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가운데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영상으로 기록하는 장치로 교통사고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은 ‘페달캠’이라 불리는 페달 블랙박스를 자비를 들여 달아야 했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기록장치(edr)∙페달 블랙박스 영상∙물리적 흔적 3개 요소를 중점적으로 활용해 급발진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규명 법안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역시 자동차 제작자와 판매자가 사고기록장치를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장된 정보를 추출해 사고 원인 규명에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앞서 지난 7월1일 시청역 교차로 차량 돌진사고를 포함한 잇따른 관련 자동차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자동차 운전 안전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한 법안도 현재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회 국토위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BMS(배터리관리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화재 예방 시스템 및 관리체계 구축하기 위한 ‘전기차 안전확보 2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동일한 전기차 배터리 결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횟수 이상으로 발생했을 경우 안전성 인증 취소, 자동차 핵심장치에서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 1년 이내 시정조치 완료, 배터리 등 핵심장치의 제조사, 제품명, 성능 정보 의무공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통신 기능조차 없는 등 차종별로 중구난방인 BMS 성능을 표준화하기 위해 구동축전지 표준 기준 마련, 구형BMS 성능 향상을 위한 국가 지원 명시, BMS 이상징후 발생 시 소방청 등 관계기관이 조치할 수 있도록 통보 근거 신설을 담은 법안도 함께 발의됐다.
지난 8월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 세워진 벤츠의 전기차 EQE 350에서 촉발된 불길로 87대의 차량이 불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사고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포비아로 이어지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독 자동차 관련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해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법안들의 발의가 두드러졌다”며 “특히 음주 술타기, 급발진 주장 사고, 전기차 화재 등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법안 통과에 업계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