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경쟁력 우려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우려를 나타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91.5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에 개선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위축됐다. CBSI는 6월(95.7)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지난달(92.1) 반등한 바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중 주요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하여 산출한 심리지표로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3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것을 뜻한다.
CBSI는 제조업이 제품 재고 및 자금 사정 등이 주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며 전월 대비 2.0포인트 하락한 9.06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채산성과 매출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92.1로 집계됐다.
BSI 중 제조업 실적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자동차, 화학물질·제품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들의 수출 감소,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 파업에 따른 생산 감소, 대내외 수요 감소 및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은 가계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 바 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번 실적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화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 크다고 답한 곳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와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 반도체 이슈와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한 기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팀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 등이 이번 달에도 반영됐다. 경영 애로 사항도 고환율에 원자재 수입 업체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모니터링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공약들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6일 보편적 관세에 대한 행정명령을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에 곧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매긴다. 중국산 제품은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이날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를 언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세운 반도체법 지원금을 문제 삼고 계약 취소와 환수 조치 등을 취하면 그동안 혜택을 기대하고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CBSI 전망도 89.7로 조사됐다. 이 역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내려갔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2.7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