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탁금·신용잔고 1조원 감소…‘산타 랠리’도 어려운 국내증시 어쩌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시 주변 자금마저 눈에 띄게 줄었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 등으로 투자자들이 투자 기회를 엿보며 증시 진입을 대기하는 자금을 뜻한다.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은 물론, 분위기 반전도 더 어려워졌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8일 기준 51조6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2조753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연초 한때 59조4949억원까지 늘어났던 것과도 대조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16조5893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조5584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인 투자자 예탁금과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통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자금이 줄어든 것은 국내 증시가 4분기 들어 약세를 거듭하자 이에 실망한 투자자가 증시 진입은 커녕 주변에 머물지도 않고 빠져나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5.67%, 코스닥은 19.87% 각각 하락했다. 4분기 들어서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42%, 9.10% 내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며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이후 발표된 성장률 하향 조정도 위험 자산 선호 심리에 부정적이다.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한국 증시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미국 주식을 94억9878만6871달러(약 13조2470억원) 순매수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국내에서는 매수세를 줄이는 대신 미국 투자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투자자 이탈세에 증권업계는 올해 연말 국내 증시에서 산타 랠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시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반도체 수출 부진 우려와 미국 통상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변동성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반도체 규제, 보조금 정책 축소 등 미국 정책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으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외국인 수급 이탈을 야기한다”며 “트럼프의 내각 인선 및 무역 갈등 관련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 연말 배당 매력이 있는 금융, 통신, 통상 리스크에 둔감한 엔터 업종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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