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정국 대혼돈] “연말연시 특수 어쩌나”…정국 혼란에 유통가 긴장

백화점 3사, 예년보다 일찍 특수 준비
면세점, 인바운드 관광객 감소 우려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하던 유통업계가 정국 혼란에 따른 소비자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시민들이 신세계스퀘어에서 송출하는 크리스마스 영상을 즐기는 모습. 신세계 제공

 #.직장인 A 씨는 연말 맞이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3개월 전 항공편과 숙박을 모두 예약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이 치솟아 지출 비용이 늘어날까 고민 중이다. 인터넷면세점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상품은 차마 결제하지 못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여행을 가는 게 맞느냐는 생각마저 든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짠물 소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예년보다 빠른 연말 특수 공략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인 서울 명동과 잠실 등에 있는 쇼핑몰은 연말연시의 설렘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명소로 변신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탄핵정국이 전개됨에 따라 관광객 감소 및 내수 침체라는 후폭풍이 몰려올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대형마트는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점포를 영업하면서 정치권 상황과 이에 따른 소비자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매주 탄핵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사태는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주요 유통업체는 당장의 손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연말연시 소비 진작 분위기가 사그라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연중 최고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와 빼빼로데이, 수능, 성탄절 등 여러 이벤트가 포함된 4분기는 유통업계 최고 성수기다. 한파에 대비할 코트, 패딩 등 겨울 의류 소비도 덩달아 늘어난다.

 

 특히 올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빠르게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갖고 연말 특수 공략에 나섰다. 고물가로 소비가 침체한 상황이지만, 희망찬 분위기를 선사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매출도 함께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농구장 3개 크기(1292.3㎡)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처음 공개해 열흘 만에 2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로 변신했으며 외벽 라이팅 쇼도 펼쳤다. 지난해 24만여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 잠실 월드몰의 ‘롯데 크리스마스 마켓’은 올해 더욱 큰 규모로 돌아왔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유럽 동화 속 서커스 마을로 꾸며 MZ세대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일 본점 외벽 크리스마스 장식을 점등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연말부터는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도 시작된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오는 12일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이마트도 비슷한 시기 프로모션을 전개할 전망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12월은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연말 모임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데 올해는 정치 상황으로 분위기가 많이 다운됐다”며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를 더욱 다운시키는 요인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치적인 상황이 있지만, 먹고 사는 것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매출이나 손님 모으기 등에 있어서 특별한 동향은 없다”며 “준비했던 연말 프로모션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광 수요에 큰 영향을 받는 면세점의 경우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로 떠나는 아웃바운드 여행객 규모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여행 규모가 취소·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인바운드 여행객인데, 지금 당장은 타격이 없지만 이번 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았던 터라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걱정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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