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두번 울린 탄핵정국] 연말연시 회식, 모임 취소되나... 주류업계도 긴장

“아무래도 요즘 시국에 공식 회식은 좀 그렇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공무원, 공기업, 정부기관, 군인 등의 연말 회식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연말 성수기만 기다려온 자영업자들의 기대가 꺾였다.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서 단체 모임이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겨우 살아나려던 외식업계는 찬 바람이 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영향을 받던 2022년 7월 86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100수준까지 회복된 상황이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경기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재앙 수준의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작금의 사태가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 씨는 “전체 회식이나 단체 규모의 회식은 당분간 무기한 연기됐다”며 “팀 회식은 점심, 저녁을 먹는 정도의 수준으로 완전 ‘0’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회식의 느낌으로 모임을 갖지는 않고 있다. 혹시라도 구설에 휘말릴까봐 모임을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성수기인데 계엄 다음날부터 매출이 바닥”이라고 토로하는 글이 올라온다. 여기에 동의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계엄령 이후 ‘예약이 이미 됐더라도 그날 가봐야 안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치적 불안정에 생계 불안정까지 겹친 셈이다. 

내수 소비가 침체와 비상계엄령 여파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며 유통업계는 연말 특수를 맞은 주류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대비 감소하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긴장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요즘, 군인들도 회식 눈치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 부사관 B씨는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연말 단체 회식은 일단 중지한 상황”이라며 “회식하려던 삼겹살집 사장님께 죄송하다. 요즘 부대 근처에 취소가 많다고 들었는데 힘드실 것 같다. 사정이 이렇다”고 한숨 쉬었다.

 

특히 공기업, 정부기관 등이 모인 곳과 군 부대 인근에서는 단체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 일대, 정부종합청사와 기업 건물이 있는 광화문과 종로 일대, 그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식당가는 비상계엄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인근 상인들은 그날 장사는 어렵다고 체념한다. 집회를 응원하지만 생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실제 집회가 시작되면서 사람이 몰리고 차가 막히는 광화문∙여의도에서 잡힌 주말 약속을 취소했다는 시민이 많다.

 

지난 11일 밤, 퇴근 시간임에도 이촌동부터 용산역 앞에까지는 차가 거의 없이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이날 만난 택시의 기사는 “용산 일대가 이 시간에 이렇게 텅 빈 모습이 어색하다”며 “계엄이 택시에도 여파를 미쳤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계엄 사태 이후 저녁 승객이 많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또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개인 손님은 (이번 사태로 인해) 특별히 취소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연말이면 으레 오시던 단체손님은 확연히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는 온라인 예약이 대부분이라 예약자가 알아서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단체 모임이 줄어드니 소주, 맥주 판매량도 당연히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한두 사람이 마시는 양이 단체에 견줄 수가 없어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계엄‧탄핵 여파로 연말연시 송년회와 신년회 등이 타격을 받고 있어 주류업계의 매출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불경기가 지속해 주류 시장이 위축된 상황인데 불안감까지 커져 소비 위축은 더욱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임이 줄어드니 또 다른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바로 미용업계 종사자들이다. 서울 강서구의 헤어디자이너 C 씨는 “연말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펌 같은 스타일링뿐 아니라 드라이 손님도 많다”며 “보통 연말에는 거의 예약이 차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지난해만 못하다”고 했다. 이어 “모임이 줄어들다 보니 미용업계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인근의 네일아트 사장님도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