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미분양 늘고 경매 넘어간 부동산 속출... 칼바람 부는 부동산 시장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앞에 오피스텔 매물 가격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부동산 시장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 혼란까지 겹치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7262가구)보다 1045가구(6.1%) 늘어 1만8307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지방에 분포해 있다. 10월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1만4464가구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의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불 꺼진 새 아파트가 늘면서 지방에서는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각종 할인이벤트를 펼치는 실정이다.

 

 비단 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 주택 중 준공 후 미분양은 총 52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미분양(917가구)의 절반을 넘는 57.0%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08가구)보다 28.2%(115가구) 늘어난 수치로 2021년(55가구) 이후 최대치다. 올해 서울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153.87대 1로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낼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위치나 환경 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들은 외면받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대출을 받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주택을 매수한 ‘영끌족’은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이 남았지만 1∼11월 누적으로 이미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3개월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임의경매는 2년째 급증하는 추세다. 저금리 시기인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이던 임의경매는 지난해 10만5614건으로 전년보다 61%나 늘었다. 올해 1∼11월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많다.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2년 새 2배가 된 것이다.

 

 가뜩이나 침체한 부동산 시장은 탄핵 정국이 열리면서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안이 경제적 불안으로 옮겨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깊어지고 거래는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여야가 극한으로 대치할 경우 내수 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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