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냉장고·세탁기도 50% 철강관세 부과…가전업계 비상

건조기·식기세척기·냉동고 등 수출 주력 품목 대거 포함
철강 파생제품 명단 지속 업데이트…파장 일파만파
삼성·LG전자, 생산지 이전 등 대책 마련 고심

미국이 철강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기, 세탁기 등을 추가해 한국 가전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용산구의 한 판매점에 LG전자 냉장고, 세탁기 등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출 주력 품목 다수가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된 데다, 관세 적용 시점도 오는 23일로 임박해 우리 기업의 수출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13일 연방 관보를 통해 50%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제품을 추가했다.

 

추가된 제품에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이 포함됐다.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철강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특정 제품에 사용된 철강의 가치를 따져 거기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부로 철강과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렸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파생제품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철강 관세의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3월 초 철강 파생제품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는 품목 수가 철강과 알루미늄을 합쳐 172개였으나 상무부는 이후 명단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에 추가할 제품에 대해 각계 요청을 접수하는 절차를 마련했으며, 이후 미국 철강 기업들은 가전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도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미국 기업들이 철강 파생제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제품에는 보일러와 에어컨, 산업용 로봇, 농기구, 선박, 가구, 아령 등 철강을 사용하는 온갖 제품이 포함됐는데 상무부가 향후 이런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지는 불확실하다.

 

관세 사정권에 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즉각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검토에 나섰다.

 

두 기업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세탁기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외 주요 제품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TV·가전 분야 관세 대응책과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테네시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 수준까지 현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윙 생산 체제’를 통해 지역별 관세에 맞춘 유연한 생산 조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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