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두고 다자주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회의 첫날 이례적으로 공동선언문이 채택되면서 미국의 보이콧과 다자주의 훼손에 대한 참석 정상들의 집단적 수호 의지도 확인됐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2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이틀간 열린 G20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주요 정상들은 빈곤과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응 등 세계적 과제에 대한 긴급 행동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개발도상국 부채 문제, 기후 금융 확대, 재난 복원력 강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지원 등을 주요 성과로 밝혔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면서 다자주의 수호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 회의는 1999년 설립 이래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 첫 회의이기도 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인 소수 민족(아프리카너) 박해를 주장하며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발표된 공동선언문은 122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트럼프 정부가 꺼리는 이슈와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행사에 불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정상 성언 발표를 반대했다.
또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불참한 미국은 현지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회의 결과 문서 채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미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 성명만 수용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의장국인 남아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첫날 회의 시작과 함께 정상 선언을 채택했다. 여기엔 수단·콩고민주공화국·점령된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 전쟁에서 ‘정의롭고 포괄적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 추구’, 기후 변화에서 탄소 배출 감축과 기후 금융 확대, 저·중소득국가의 부채 문제 해결과 포용적 경제 성장, 인종·성 평등,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재난 대응 강화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42개국 정부 수반과 고위 외교관, 유엔·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로 인해 회의 전후로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 주요 정상들의 숙소가 있는 샌튼 등지에서는 다양한 고위급 부대행사와 양자회담이 열리면서 포럼으로서 기능도 재확인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