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 산업 시대 열렸다…누리호로 이룬 ‘K 스페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누리호 4호기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과 우주 자기장·플라스마 측정 등을 위한 위성 13기가 탑재됐다. (레이어 합성) 뉴시스

 

한국이 독자 기술로 우주로 향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반복된 발사 성공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한국은 세계 우주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기술 자립과 민간 산업 성장을 한꺼번에 이뤄낸 ‘K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는 2021년 1차 발사 이후 총 3차례의 발사에 성공하며 발사체 기술력을 단계적으로 검증해왔다. 특히 2023년 3차 발사에서는 실용급 위성 8기를 성공적으로 분리·궤도 안착시키며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독자 발사체 보유 7번째 국가 반열에 올랐다.

 

우주 산업 성장세도 뚜렷하다.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는 2023년 기준 5460억 달러(약 740조원)로 집계됐으며 2040년에는 1조 달러(약 135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누리호 개발 과정에 참여한 누적 참여 인력은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누리호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는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2030년대 중반에는 달 착륙선 발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 도입도 추진 중이며, 성공 시 발사 비용을 최대 7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 우주 기업 생태계도 커지고 있다. 국내 위성 제조업체는 2017년 14곳에서 2024년 32곳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형 위성, 위성 영상 분석, 우주 데이터 서비스 등 신흥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20~2024년 누적 4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국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리호의 성과가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산업·경제·안보 전반에 ‘핵심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주 발사 능력을 확보하면서 한국은 해외 발사체 의존도가 사실상 0%에 가까워졌고 군사·과학·기상·통신 등 전략 위성 운영에서 자율성이 크게 제고됐다. 한 우주정책 전문가는 “누리호 성공으로 한국은 우주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스스로 쏘고 운영하는 나라로 전환됐다”며 “우주 안보와 우주 경제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를 ‘우주산업 원년’으로 규정하고 2045년까지 누적 100조원 규모의 우주 시장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가우주항공청 설립, 발사장·엔진 테스트 시설 확충 계획,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누리호가 한국 우주 기술 자립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차세대 발사체와 민간 참여 확대가 맞물리면서 ‘K-스페이스’의 성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는 “누리호는 단순한 발사체가 아니라 한국이 우주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는 상징적인 결과”라며 “이제는 기술 자립을 넘어 민간 기업과 연계한 ‘우주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야 하며, 향후 10년이 K-스페이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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