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30세 취준생 황모씨는 “식비와 월세 같은 고정비는 줄일 수 없어 외식·여가 지출을 크게 줄였고 정부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상생페이백을 신청했는데 거리가 조금 멀어도 집 근처 전통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려고 한다”며 “점점 생존 지출 중심의 소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3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1.1%, 사업소득은 0.2% 증가했으며 이전소득은 17.7% 늘었다. 특히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이 1.5%를 기록해 전 분기 제자리걸음(0.0%)에서 벗어났다.
소득 증가의 핵심 요인은 민생쿠폰 등 공적 이전소득의 급증이다. 공적 이전소득은 37.7% 늘어 2022년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당시 이후 13분기 만에 최대 폭이었다.
반면 실질 경제활동과 연결되는 근로·사업·재산소득은 힘을 내지 못했다. 근로소득은 0.8% 감소해 2분기(-0.5%)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업종별 임금 상승률이 전체 고용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 중심의 사업소득 역시 1.7% 감소하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재산소득도 2.7% 감소하면서 13분기 만에 감소 전환됐다. 세부적으로 배당소득은 증가했지만 이자소득이 감소한 결과로 분석된다.
소득 분배 측면에서는 개선 흐름이 두드러졌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했다. 근로소득(7.3%)과 이전소득(15.3%)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2분위는 7.1%, 3분위는 5.8%, 4분위는 4.4%의 소득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고소득 가구인 5분위에서는 월평균 소득이 115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0.4% 늘었다.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개선됐다.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07배로, 지난해 3분기(5.69배)보다 0.62배 낮아지면서 2020년 2분기(5.03배) 이후로 5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지출 측면에서는 가계 총지출이 400만2000원으로 0.7%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294만4000원으로 1.3% 늘었지만 비소비지출이 105만8000원으로 0.9%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물가 영향으로 0.7% 줄었다.
3분기 처분가능소득은 438만1000원으로 4.6% 늘었고, 흑자액도 143만7000원으로 12.2%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67.2%로 낮아졌다.
서지현 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평균소비성향 감소는 소득 증가율이 소비지출 증가율을 상회할 때 하락하는데 민생쿠폰 지급에 따른 소득 증가 영향이 좀 더 컸다고 보고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하면 보통 평균소비성향은 하락해 왔다”며 “기존 민생 지원금이 지급됐을 때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지속을 위해 내수활성화 등 정책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확대 노력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동향 지표는 단기 흐름을 보여주는 만큼, 향후 공식적 분배 지표는 연간 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