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커지는 고용 불안…직업능력 강화·지원금 제도가 해법될까

'AI 시대' 고용정책 패러다임, '고용능력 유지'로 확대해야
獨, '역량강화기회보장법' 통해 교육비·임금 일부 지원
싱가포르, '기업 인력 전환 패키지' 통해 기존 인력 재배치 지원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가 참여 기업 부스를 둘러보는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독일은 2019년부터 ‘역량강화기회보장법’을 시행해 나이·기업 규모 등의 제한 없이 재직자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비와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소속 근로자가 인증된 외부 교육과정에 최소 120시간 이상 참여하면 기업 규모에 따라 교육비 보조금(30%~100%)과 임금보조수당(30%~80%)을 준다. 싱가포르는 전 국민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 주도의 재교육 프로그램인 ‘스킬스퓨처’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만 40세 이상 자국민에게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 수강 등을 위한 4000싱가포르 달러(약 470만원) 규모의 크레딧을 추가로 지급해 중·장년층을 보다 집중적으로 돕는다.

 

 AI 중심의 산업 대전환으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고용 보호’에서 나아가 ‘고용능력 유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연구용역 ‘AI 시대 고용안정을 위한 해외사례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주요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기존의 ‘사후적 실업 대응’에서 ‘사전적 실업 예방’으로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실업자 중심의 직업훈련 지원을 고용 중인 근로자까지 확장한 예방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재직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 지원 및 임금 보전을 비롯해 교육 기간 중 근로자의 소득 공백을 보전하기 위한 ‘역량강화수당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 등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고용 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 동안 근로자 평균 임금의 60%를 국가가 임금 대체 수당으로 지급한다.

 

 보고서는 일본의 ‘재적형 출향(在籍型 出向)’ 제도도 소개했다. 이는 원소속 기업과의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파견 기업과도 별도의 계약관계를 맺고 해당 기업에서 업무 지시를 받으며 근무하는 제도다. 정부는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파견 계약 성립 시부터 파견 종료 후 복귀 시까지 단계별로 초기 비용 및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한 예로 근무 시작 단계에선 정부는 양측 기업에 1인당 각 10만 엔의 보수를 지급한다.

 

 지난해 4억 싱가포르 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기업 인력 전환 패키지’를 발표한 싱가포르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 대신 AI 기술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기존 인력을 새로운 역할에 맞춰 재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지원제도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해 기업당 최대 15만 싱가포르 달러 내에서 직무 재설계를 지원한다.

 

 권 교수는 AI 시대 고용안정을 위해 직업능력을 강화하고 재정·지원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화 시대에 대응해 융합형 직업훈련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노사정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카드 및 교육부의 평생학습계좌제 등 부처별 사업의 연계를 강화해 전 생애주기에 걸친 통합 학습계좌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어 스웨덴이 노사정 협력을 통해 녹색일자리 전환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한 예를 들며 “산업 대전환에 따른 고용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AI 활용과 그에 따른 ESG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AI로 야기된 변화가 일부 직무의 자동화로 인한 노동 수요의 감소, 기존 직무가 AI와 협업하는 형태로 재편되면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의 변화, 노동시장 내 소득 분포와 고용 안정성의 변화 등 세 가지 구조적 전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